[한강편지56] 모두 다 꽃이야

조은미
조은미 인증된 계정 · 읽고 쓰는 사람. 한강조합 공동대표
2024/04/24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국악동요 ‘모두 다 꽃이야’ 가사 일부)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 원추리 꽃을 심는 아이)
요즘 이 노래 ‘모두 다 꽃이야’가 자주 입가를 맴도네요. 사방천지 꽃잔치가 펼쳐지는 봄이어서 그런 걸까요. 영화 ‘땅에 쓰는 시’에서도 마지막에 정영선 조경가의 손자가 이 노래를 부릅니다. 

꽃을 보고 꽃을 음미하고 꽃에 대해 사유하는 날들이지요. 저는 근래 허난설헌의 시들을 읽고 있는데요. 연꽃 파초꽃 분꽃 난초꽃 복사꽃 살구꽃 백목련 석류꽃 버들꽃… 얼마나 많은 꽃들이 등장하는지 몰라요. 이 세상에 꽃이 없다면 그토록 많은 아름다운 시들이 쓰이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 뿐인가요. 꽃이 주는 기쁨, 위로, 행복, 찬탄… 또한 벌과 나비를 모으고 생명을 키워내는 일을 하는 것도 꽃입니다. 

우리 한강 사람들은 봄이 오면 꽃과 나무를 심고 돌보느라 분주합니다. 나무를 심느라 땅을 파고 나무를 조심스레 놓고 흙을 덮고 물을 주는 일이, 허리를 구부리고 삽질을 하고 조리개에 물을 길어와서 뿌려주고 지지대를 세워주는 일이 보람과 만족감을 줍니다. 그와 비교해서 꽃을 심는 일은 조금 더 즉각적인 기쁨을 주는 것 같아요. 호미로 쓱쓱 땅을 고르고 적당히 파낸 다음, 꽃 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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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생태를 가꾸고 강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서 일합니다. 읽고 쓰는 삶을 살며,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숲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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