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살이 준비기(2)-면허따기
1. 면허는 1년 전쯤 땄다. 구례에 오기 전,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과 생태조사를 다니려면 차가 거의 필수적이었다. 무면허 시절, 적기에 정말 차를 타야할 때 태워다 주시는 감사한 분들도 그동안 많았다. 내가 차를 몰게 된다면 그 분들처럼 많은 사람들을 태워 다녀야지. 특별히 트럭을 몰 일은 없을 거 같아서 2종 오토로 학원을 등록했다.
2. 장내 기능 시험은 수월했다. T자 주차와 그 외 다양한 기능들은 학원에서 3일동안 가르쳐준 교육을 그대로 실행하면 되었다. 기계 안에 있으면 내가 기계가 된 듯한 기분을 종종 받는다. 하지만 나는 동물이라서 내 앞의 1종 시험자가 사이드 브레이크를 넣지 않고 출발해 바로 떨어지는 불상사를 보고서 약간의 마인드컨트롤이 필요했는데, 내 조수석에 어른인 내가 타고 있어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지켜주고 있단 상상을 하니 차분해졌다.
3. 도로주행 시험에서 한번은 떨어지고 두번째에 붙었었다. 첫번째 시험에서 내 앞 시험자가 운전대를 떨리는 손으로 잡고 2차선으로 들어가다 가드레일에 박을 뻔하고 떨어졌다. 시험 시작 1분 남짓 벌어진 일이었고, 그 분은 불합격을 했다. 뒷자석에 타고 있던 나도 함께 뇌정지가 왔다. 기능시험을 칠 때를 생각하며 어른인 내가 함께 하는 상상을 억지로라도 하려했다. 운전석으로 자리를 바꾸며 내 머리에 자연스레 떠오르는 상상은 반대였다. 내 머리 속엔 어린 내가 조수석에 타고 있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해서든 지켜줄게. 혼자 고요히 시험치는 장내기능과 달리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 위라 그럴까? 나는 있지도 않은 아이를 데리고 타는 어른이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