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이면엔 비참과 고통이 : RM 인터뷰 관련 칼럼의 보론 (박권일)

토론의 즐거움
토론의 즐거움 · '즐거운 토론'을 지향합니다.
2023/03/17
필자 : 박권일 (미디어사회학자·『한국의 능력주의』 저자, 토론의 즐거움 멤버)

오늘자 한겨레신문에 공개된 칼럼 <‘그쪽이야말로주의’를 넘어서>의 보론입니다. 해당 칼럼은 BTS의 리더 '알엠'이 스페인 매체 <엘 파이스>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을 둘러싼 사회적 반응에 관해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칼럼에서 푼 건 극히 일부 논점이지만 2천자 남짓 칼럼 가지고는 그 논점도 다 풀어내는 게 불가능하다. 알엠의 서구 식민주의 언급은 사실 8,90년대에 대학에서 학생운동 물을 좀 먹은 이라면(특히 엔엘쪽이라면) 학부 1학년 때 세미나에서 배웠을만한 너무나 익숙한 거대담론, 전형적인 반제국주의 선동이다. 이런 종류의 거대담론은 이미 탈식민주의나 미시파시즘론 등에 의해 철저히 논박되었으나 너무 철지난 논의여서 오히려 요즘 세대에게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난 마리떼프랑소와저버 티셔츠를 2020년대에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문제를 짧게 요약해 전달하기 위해 그쪽이야말로주의, 왓어바우티즘이라는 걸 끌어왔지만, 더 핵심적인 이야기는 칼럼 후반부의 '생존자 편향'이다. 글에서는 분량상 단순히 인지적 편향으로만 언급했지만, 이건 단지 인지적 편향만이 아니라 많은 거대담론들에서 나타나는 일반적 오류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착취'와 '억압'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그러다보니 국가 내부의 착취 및 억압의 동학에 대해서는 괄호치거나 배제하기 쉽다. 오늘날 선진국, 즉 구제국들은 식민지를 착취했지만, 그 착취는 균질하지 않았다. 제국의 노동계급은 평균적으로 식민지 노동계급보다 형편이 나았을지 몰라도, 가혹하게 착취당하는 건 다르지 않았다. 알엠이 서구가 과거 식민지를 통해 지금의 번영의 토대를 쌓았다는 말은 자체로 맞지만, 그 과정에서 희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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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규(<지금은 없는 시민> 저자), 박권일(<한국의 능력주의> 저자), 신혜림(씨리얼 PD), 이재훈(한겨레신문사 기자), 장혜영(국회의원), 정주식(전 직썰 편집장)이 모여 만든 토론 모임입니다. 협업으로서의 토론을 지향합니다. 칼럼도 씁니다. 온갖 얘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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