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흥진 · 사회복지, 비영리, NGO
2023/05/24
남편도 가족도 없는 장애 청년이 아이를 낳고 첫 5개월은 애란원이란 미혼모 시설에서 지냈다. 일년까지 지낼 수 있는 곳이었는데 5개월이 지나고 청년엄마는 지역사회로 돌아왔다. 워낙 시설 생활을 싫어했던지라 나름 오래 버티다 나온 결정이었다.

이 청년은 모든 사회복지서비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연고자(가족, 친척 등)가 전혀 없고 장애가 있고 아이를 낳았기 때문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수급자는 당연하고, 장애수당, 출산, 육아, 아동 수당 등등을 받아서 크게 돈 걱정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아이를 혼자 키워야 한다는 것이 (어마어마한) 문제였다. 아이와 함께 지역사회 온 다음부터 나를 포함한 교회 사람들, 주위 모든 사람의 마음이 불안했다. 하루 하루 아이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 청년과 나와의 인연의 시작은 https://alook.so/posts/70tmwo2?utm_source=user-share_BetkQQ)

청년엄마는 전화도 잘 받지 않고 집에 찾아와도 문을 잘 열어주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를 연결해주려고 하는 곳과도 잘 연결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주민센터에 내가 대신 전화를 했다. 주민센터 담당자는 그렇잖아도 청년과 연락이 너무 안되서 답답하던 참이라며 연결을 해주면 가정방문을 하겠 다고 하길래 나도 그날 같이 가겠다고 했다. 청년 집에 미리 가서 밥도 먹고 집 정리도 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얘기하며 주민센터 담당자를 기다렸다. 주민센터에서는 3명의 공무원이 방문을 했다.
"아이고, 사회복지 담당자가 세분이나 되세요?"라고 묻는 나의 질문에 (보통 주민센터 복지담당자는 많아야 2명이다)
"아뇨. 저희가 다 사회복지 담당은 아니고 궁금해서 같이 왔어요."
뭐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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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했고, 일하고 있습니다. 비영리, 시민사회쪽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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