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미래를 위한 징비록(13) 2부. 성역에 눈 뜨다] 07. 실패가 예고된 8.31 대책

홍종학 인증된 계정 ·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전 국회의원
2023/10/18
07. 실패가 예고된 8.31 대책
   
누군가 역사는 우연에 의해, 그리고 아주 작은 사건에 의해 경로가 바뀐다고 했던가. 대통령이 공언한 경실련과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아주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인해서. 

가지 않은 길이기에, 그리고 건설족이라는 성역의 방어벽이 두터웠기 때문에 다른 길은 성공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8.31 대책을 둘러싼 참여정부의 대응은 석연치 않았다. 
   
대통령의 발표가 있은 후 부동산 시장은 급냉했다.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대책이 얼마나 강력할지 알 수 없었다. 정권의 명운을 건 대책이기에 메가톤급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평이 잇달았기에 시장은 정부의 의지를 신뢰할 수 밖에 없었다. 정부 정책의 성패는 시장이 얼마나 신뢰하는가에 달려있다. 분위기는 바뀌었고 시장은 대책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을 구매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었다. 조급한 사람들이 매물을 내놓고 시장이 얼어붙자, 관료들과 언론은 슬슬 경제가 위축될 것을 걱정하는 발언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대통령과의 만남 이전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와 사전 미팅이 있으니 참석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이미 대통령은 말단 검사들과 공개적인 토론을 벌여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런 정도로 격의없는 지도자인데 왜 사전 조율이 필요한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검사들과의 날 선 토론이 부담이 되었던 탓에 분위기를 조정하려는 의도였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경실련 교수들의 발언에 대해 참모들이 대비하려는 정도의 모임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마침 나는 사소한 약속이 있었고 사전 모임이 크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나의 큰 실책이었다. 
   
사전 모임에서 청와대 관계자들과 경실련 참여자들이 크게 부딪혔던 모양이다. 분양 원가 공개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K위원은 지난 몇 년간 참여정부가 분양원가 공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에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K위원은 평소에도 발언을 과격하게 하는 편인데, 그래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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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경실련에서 활동했고,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을 맡았다. 민주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진출했고, 문재인 대선 캠프 정책본부장으로 공약 작성을 주관했으며,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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