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미래를 위한 징비록(08) 2부. 성역에 눈 뜨다] 02. 카드 사태와 잘못된 신화와의 싸움

홍종학 인증된 계정 ·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전 국회의원
2023/08/28
02. 카드사태와 잘못된 신화와의 싸움
   
시민단체 경실련 활동은 유익했다. 선배 교수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었던 다양한 의제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인 시민들과 함께 경제를 바라보는 경험도 새로웠다. 당시 서서히 한국경제는 IMF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의 부도 여파로 실업자가 늘었고, 피폐해진 서민 경제는 좀처럼 살아나기 힘들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사회문제가 대두되기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빚 독촉에 시달리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언론에 거론되기 시작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례가 누적되었음을 의미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빚 독촉을 당하고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언론에서 카드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경제학자로서의 촉이 발동되었다. 이건 뭔가 크게 잘못되었고 경제적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느낌이 왔다. 경제학을 공부하면서도 접해보지 못한 사항이었다. 이전 같으면 혼자 고민했겠지만, 시민단체에서는 다양한 전공의 학자들이 있었다. 나는 회의가 있을 때마다 금융을 전공하는 교수들에게 신용카드 문제의 심각성을 전했다. 되돌아보면 한 6개월쯤 사람들을 만나서 큰일났다를 외쳤던 탓에, 당시 사람들은 나만 보면 신용카드가 생각날 정도였다고 했다. 
   
사람들은 죽어가고 있었지만 마땅한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고, 정부 당국은 손을 놓고 있는 듯 보였다. 정치인 중에서도 카드 사태를 집중 논의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급한대로 카드사의 카드 발급이나 신용한도액에 제한을 가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도 없었다. 너도나도 신용카드를 두 세 개 씩 발급받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문제가 심각해 보였다. 카드 회사들은 경쟁적으로 더 유리한 조건으로 카드를 발급해 주면서, 이른바 묻지마 발급이 일상화되어 버렸다.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는데, 내가 알고 있는 경제학 지식으로는 가늠할 수 없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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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경실련에서 활동했고,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을 맡았다. 민주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진출했고, 문재인 대선 캠프 정책본부장으로 공약 작성을 주관했으며,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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