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군 장군들) 흉상의 위치 문제와 공간의 문화정치
2023/09/04
영국 런던의 중앙부에는 트래펄가 광장이 있다. 다층적인 의미가 배어 있는 런던의 상징으로, 런던 사람들에게는 마치 서울의 광화문 광장과 같은 곳이다. 2012년 하계 올림픽의 런던 유치가 확정되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축배를 든 곳도 바로 이 광장이다.
트래펄가 광장이 영국인에게 특별한 이유는 그 한복판에 아주 높게 세워져 있는 호레이쇼 넬슨 장군의 동상 때문이다. 영국의 이순신이라고 할 만한 넬슨 장군은 1805년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프랑스-스페인 연합 함대를 격파하고 영국의 승리를 이끈 영국 제국주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 영웅이다... 광장의 이름도 해전이 발발한 스페인의 트라팔가르곶에서 따왔다. 트래펄가 광장은 빅토리아 여왕 시대 대영제국의 자존심이자, 영국인의 애국심을 상징하는 장소다.
... 2005년에는 마크 퀸이라는 저명한 조각가의 작품 <임신한 앨리슨 래퍼>가 전시되었다. 앨리슨 래퍼는 손발이 없는 장애를 갖고 태어나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로, 마크 퀸은 이 화가의 임신한 나체 모습을 형상화했다.
광장은 흔히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막강한 주류 권력은 그 권력을 구현하기 위해 광장을 활용한다. 넬슨 동상과 트래펄가 광장은 영국이라는 국가가 영국인들에게 안위와 영달을 가져다줄 수 있는 수 있는 자랑스러운 권력이자 장소임을 보여 준다... 하지만 광장은 앨리슨 래퍼 동상을 품음으로써 권력의 유무와 상관없이 한 작은 존재가 지니고 있는 고귀한 가치를 보여 준다... 영국이 권력을 가진 자들, 이른바 정상이라고 하는 자들만의 도시가 아니라는 것을 이 동상이 웅변해 주는 것이다. 더 나아가 과거 트라팔가르 해전의 영웅, 넬슨만이 아니라 그때 전사하거나 부상으로 불구가 되었을 수많은 영국인도 재현해 준다.(이영민, 2019, 7-8)
최근 들어 육군사관학교에서 교정에서 홍범도 장군, 김좌진 장군, 이회영 선생 등 독립군 지도자들의 동상을 이전한다는 결정이 정치적, 사회적으로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 중에서도 유독 홍범도 흉상이 ...
진주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 한국문인협회 정회원. 『발밑의 세계사』, 『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 『초한전쟁』, 수필집 『서해에서』 저자. Journal of Geography(SSCI) 편집위원. YTN2 ‘뉴스멘터리 전쟁과 사람‘ 패널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