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와 법관념 - 1950년대 법 문화의 남성-지식인 중심성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4/05/09
김세중, <대한민국의 법은 아직도 1950년대입니다> 출처-교보문고


법제도와 법관념 - 1950년대 법 문화의 남성-지식인 중심성

해방 직후의 시공간에 대한 판단 중 가장 강력하면서도 획일적인 입장 가운데 하나는 냉전체제의 영향이 압도적이어서 남북분단과 단정수립, 한국전쟁 등 모든 사태가 결정되었다는 사고이다. 이는 자유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 간의 체제 대결이 시작된 초기의 세계 냉전 질서가 남한의 정치체와 문화계를 구성한 고유하고도 절대적인 조건이었다는 시각을 반영한다. 대외적인 규정력이 민족 국가 내부에서 발휘되는 운동성의 강도보다 더 파급력이 높았다는 판단은 한국현대정치사를 외인론적 경향에 치우쳐 이해하게 만든 원인이었다. 

외인론은 현실주의와 세계체제론에 입각해 ‘大韓民國史’를 이해하는 가장 유력한 시각인 동시에 가장 거시적인 관점이기도 하다. 힘의 논리에 지배되는 국제정치 역학관계라는 현실적인 여건에 의해 해방 이후 한반도의 질서가 재구축되었다는 견해는 일견 타당해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외인론에만 기댄 해명들은 한국 정치계와 문화장 안에서 펼쳐진 다차원적인 연결망과 복잡한 관계사를 단출하게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 글은 냉전체제의 거시적인 규정론 속에서도 다성적인 목소리로 분기하고 있던 한국 문학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해 1950년대 한국사회 남성-지식인의 자기보전 의지가 투영된 정치성의 정체와 문학에 드러난 법 관념간의 상대적 관계를 해명하고자 하는 시론이다.

이때 1948년 제정된 헌법과 법률들은 1950년대 한국 사회가 추구한 가치와 현실의 문제를 대조하는 기준점으로 작용한다. 제헌은 8.15 해방을 통해 얻게 된 날것에 가까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동시에, 신생 민주 공화국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공적으로 분배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식민지 시기 억압되었던 정치적 자유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고, 이로 인해 들뜬 분위기는 곧 제헌이라는 사회적 ...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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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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