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이 보여주는 폭력에 대응하는 폭력에 대하여

백승권
백승권 인증된 계정 · Writer & Copywriter
2023/08/23
마스크걸


타인은 지옥이다. 지긋지긋하다. 관계 맺기가 생존을 위한 필수 능력인 시대에 대다수는 매 순간 지옥과 마주해야 한다. 바라보고 보여지고 말을 걸고 답을 듣고 말을 듣고 답을 하고 평가하기 전에 평가받다가 혼자 있는 시간에 웅크리고 운다. 상처라는 말은 너무 동화적이다. 긁히거나 살짝 넘어져서 생긴 게 상처지 복부를 쑤시는 주먹질, 몸 전체를 들어 올려 벽에 내던지는 것, 친근감을 내세우며 접근하는 강간 시도는 상처가 아니라 생명을 빼앗기 직전까지 몰아가는 범죄다. 혼자 지냈어도 스스로를 이토록 학대할 수 있었을까. 타인은 범죄의 존재이유다. 그런데 현대 인간은 조금 더 살고 싶어서 조금 더 빨리 죽을 수 있는 위험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타인과의 관계 맺기는 죽음의 위협을 담보로 두고 있다. 불나방 같이 모두가 타 죽는다.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Copywriter. Author. 『저항 금기 해방-여성영화에 대하여』, 『너의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어』, 『도로시 사전』, 『광고회사를 떠나며』, 『저녁이 없는 삶』 등을 썼다.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sk0279@naver.com
208
팔로워 162
팔로잉 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