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밍(Humming)하는 이들, 하즈라 와히드(Hajra Waheed)와 영화 <그을린 사랑>의 '노래하는 여인'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개념을 통해 1960년대 미국 미니멀리즘 음악을 풀어낸 「철학으로 현대음악 읽기」(박영욱 저)에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공저 「천 개의 고원」의 11장 '리토르넬로(ritornello, 음악에서 후렴구 또는 특정 음이 반복되는 구조)에 대해'의 문장이 언급된다. 저자 박영욱에 따르면 첫 문장은 이러하다. "어둠 속에 한 아이가 있다. 무섭기는 하지만 낮은 목소리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마음을 달래보려 한다."(p.589) 저자가 인용한 「Deleuze und die Künste」(Peter Gente, Peter Weibel (Hg.) 저/편집) 중 리토르넬로의 개념에 관한 텍스트에서는 이 문장을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한 존재가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고 안정을 얻으며 그 상황에 적응하는 규범을 위한 행위라 해설한다. 한편 「천 개의 고원」에서 들뢰즈와 가타리는 "새는 노래를 지저귐으로써 자기 영토를 나타내는데, 이는 반복적인 소리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각인시키는 활동이다"(p.592)라 저술하고 있다.
소리는 반복적일 때 자신의 현존성을 스스로 입증하는 행위가 되기도 하지만, 약 340m/s의 속도를 가지는 음파는 집단 내에서 삽시간에 전파되어 감정적 전이와 동조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사람이 입을 다물고 내는 소리인 '허밍(Humming)'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으레 떠올리는, 영어로 '허밍버드(Hummingbird)'라 불리는 벌새는 초당 약 90번에 달하는 빠른 속도로 날갯짓을 한다. 벌새의 빠른 날갯짓이 자아내는 '음-'소리가 사람의 허밍과 닮았다 해 벌새는 곧 허밍버드라 불린다. 2019년 개봉한 동명의 국내영화에서, 영화의 제목으로 이 단어를 채택한 이유가 사랑, 희망,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생명력을 전한다고 알려져 있다. 초당 90번에 달하는 날갯짓이 어떤 꺼지지 않는 생명력을 은유한다고 보았을까. 나는 그뿐 아니라 한 사람의 현존을 드러내는 반복적인 행위가 소리를 만들고 파형을 일으켜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