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사적이면서 가장 공적인 켄 로치의 방
2024/01/23
이것은 공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본에 밀려 조금씩 사라지다 이제는 거의 자취를 감춘 ‘모두의 공간’에 대한.
나의 올드 오크 (2024)
길을 걷다 보면 문득 머물러 있을 곳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주 어렸을 적 동네 주민들이 소소한 일상을 나누던 시장 좌판, 큰 나무 아래면 어김없이 놓여있던 시골 작은 누정들, 가게 앞이나 심지어 개인 집 앞에도 느닷없이 놓여있던 나무 의자나 조그마한 테이블 같은 것들, 숲길, 정원, 그리고 공원처럼 사유지가 아닌 공공의 공간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길을 걷다 보면 문득 머물러 있을 곳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주 어렸을 적 동네 주민들이 소소한 일상을 나누던 시장 좌판, 큰 나무 아래면 어김없이 놓여있던 시골 작은 누정들, 가게 앞이나 심지어 개인 집 앞에도 느닷없이 놓여있던 나무 의자나 조그마한 테이블 같은 것들, 숲길, 정원, 그리고 공원처럼 사유지가 아닌 공공의 공간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공간이 사람의 생활습관을 결정짓고 더 나아가 의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물리적 공공 공간의 소멸은 공공의 개념이 우리의 의식 안에서도 밀려났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공간의 죽음은 개념의 죽음이기도 하다.
공공의 공간은 공공의 문제를 탄생시킨다. 인간은 고립된 개인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며 세상과 상호작용을 한다. 서로를 스쳐 지나가도록 일자로 구획된 길에서 벗어나 여울이나 웅덩이처럼 고여있는 잉여의 공간을 찾아내고 머무는 존재이며 그렇게 서로를 발견하는 동물이다. 무리 짓고 어울려 다니며 의미 없이 함께한다. 우리는 무리 동물이다.
이유 없이 오다가다 모여서 자신의 근황과 문제를 이웃과 공유하다 보면 결국은 교차되는 공동의 문제를 찾아낼 수 있다. 그렇게 서로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던 습속들이 모이면 ‘운동(movement)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는 주체들을 활동가라고 한다. 마을의 작은 운동은 이런 식으로 조직되고 성장하여 조합이 되고 단체가 되고 끝내는 사회의 움직임이 된다.
오래된 시네마 작가이자 활동가인 켄로치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올드 오크는 이러한 운동의 본질을 사라지는 공공의 공간을 통해 조명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올드 오크는 마을의 활동가로 또 노조원으로 그리고 긴 시간을 운동가로 살아온 TJ가 운영하는 술집이자 마을에 남은 마지막...
켄 로치는 전설이죠..
켄 로치는 전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