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이 돌아왔다, 재미없고 낡은 모습으로…

오수경
오수경 인증된 계정 · 드라마 덕후이자 마감노동자
2023/11/24
유머러스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외모나 가정환경, 학교성적 등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게 없던 내게 개그는 허름한 옷소매 안에 은밀하게 품고 있던 무기 같은 것이었다. 나는 나를 개그 소재로 삼곤 했다. 나의 몸은 자학 개그 소재로, 엉성한 일상은 슬랩스틱 코미디나 생활 개그 소재로 쓰이곤 했다. 제법 날카로운 이야기를 할 때면 블랙 유머 한 꼬집 섞으면 한결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개그 프로그램을 좋아했다. 특히 <개그콘서트>(개콘)는 한 주간을 닫고 새로운 일주일을 여는 길목에서 만나는 다정하고 웃긴 친구였다. 나뿐 아니라 그 시절 우리 모두에게 <개콘>은 그런 존재였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챙겨보지 않게 되었다. 그들의 개그가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전적으로 그들의 잘못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개콘>을 볼 때 웃는 순간보다 재미없어서 졸거나 불쾌해진 순간이 더 많아질 때가 결국 찾아와 버렸다. 왜 그랬을까?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내 몸을 내가 개그 소재로 삼는 것과 남에 의해 놀림 광장 한 복판에 내동댕이쳐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전자는 나의 능동적 선택일 수 있지만, 후자는 무례한 대상화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개콘>이 주로 개그 소재로 삼는 뚱뚱한 여성이나 남성, 외국인 노동자, 노인 등을 보며 웃는 게 나와 내 주변 이웃을 비하하며 놀리는 것 같아 미안해졌다. 나도, 세상도 그만큼 변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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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그럼 이런저런 거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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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말들> 저자. 재미있게 본 드라마와 드라마보다 더 흥미로운 세상에 관해 수다 떨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고 싶어 비영리단체 활동가가 되었고 자유기고가라는 '부캐'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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