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한 수다 | 레쓰비와 주차장

마민지
마민지 인증된 계정 · 영화감독, 작가
2023/09/11

프롤로그. 코로나로 누군가를 떠나보낸 당신에게
1화. 엄마의 죽음: 연유, 예감, 시간, 장소
2화. 엄마의 죽음: 준비, 시작, 보관, 기억
3화. 엄마의 유품들: 엄마가 남긴 유품과 옛 기억
4화. 엄마의 유품들: 유품 속에서 찾은 ‘입양’ 단서

엄마가 코로나19 중증 환자로 입원한 지 나흘째 되는 날, 새벽에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나는 침대에서 한 번에 벌떡 일어났다. 불길함이 엄습했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엄마가 아니라 당직 의사였다. 호흡곤란¹ 이 와서 인공호흡기를 해야하는 데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기관삽관을 하게 되면 의식이 없을 거라는 말에 마지막으로 영상통화를 하게 해달라고 했다. 나는 엄마 휴대전화로 영상통화를 걸었다. 코로나19 보호구를 착용한 두 사람이 엄마 옆에 서 있었다. 나는 ‘엄마'를 불렀지만 숨을 헐떡이고 있는 엄마는 이미 거의 의식이 없었다.     

며칠이 지난 12월 31일, 엄마는 코로나19 격리병동에서 내과계 중환자실로 이동했다. 음성 판정을 받아 격리병동에서 나오더라도 병실이 모자라는 탓에 인공호흡기를 달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환자가 많았던 시기였음에도 다행히 중환자실에 자리가 생겨 같은 병원 안에서 병실만 이동할 수 있었다. 게다가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의 병원에서 면회를 허용하지 않는 상황이었는데 엄마가 입원한 병원은 매일 30분씩 면회가 가능하다고 했다. 저녁이 되어서야 전실이 이루어졌다. 엄마는 중환자실 안에서도 별도로 구분된 공간에 있었다.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비닐장갑과 보호구를 착용하고 나서야 엄마를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엄마를 만난 게 한 달도 더 전이었다. 촬영에 공연에 여러 가지 활동을 바쁘게 하고 있던 시기라 한참 동안 엄마를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엄마는 직접 빚은 새알이 들어있는 호박죽, 밤을 으깨어 만든 경단, 하루 전날 담근 총각김치를 바리바리 싸 들고 내가 사는 집으로 찾아왔다. 그리고 잔소리하며 주방을 치우고 내가 호박죽을 떠먹는 것을 바라보다가 고양이들과 셀카를 찍고 갔다. 엄마를 차 조수석에 태워 지하철역까지 바래다주었고, 엄마는 내가 먼저 출발할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엄마의 모습을 백미러로 바라보며 나도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엄마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입에는 커다란 호스가 연결되어 있었다. 2인실이지만 옆 침대의 환자 역시 의식이 없는 상태였기에 움직이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기계 소리만 일정하게 들려왔다.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엄마의 손을 잡고 옆에 한참을 서 있었다. 간호사가 필요한 물품을 알려주었다. 생수와 물티슈 같은 것들을 구입해 다시 중환자실 앞으로 돌아왔다. 병실을 나오면서 여러 서류에 보호자 사인을 했다. 심폐소생술을 할 것인지 물었지만 대답할 수가 없었다. 평소 엄마가 연명의료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물어본 적이 없었다.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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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를 기반으로 창작활동을 한다. 사회 주변부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며 문화예술사업을 기획한다. 다큐멘터리 〈버블 패밀리〉(2018), <착지연습(제작중)> 연출, ‘상-여자의 착지술' 프로젝트 기획단, 에세이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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