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코로나19와 백신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 백신에 관한 정확한 정보는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질병관리청-코로나19예방접종 공식 홈페이지
읽으시는 분들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 제 개인 소셜미디어에 쓴 글 여기에 옮깁니다.

"지난해부터 '지속 가능한 방역'을 말하면서 어려웠던 점 하나는,

내 주장이 '코로나가 사기니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류의 주장과 비슷한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었다.

예컨대 내가 스웨덴 대응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면 그러니까 우리도 '집단면역(이라 쓰고 방치라 읽음)'을 해야 한다며 호응하는 사람이 나왔다. 그러면 당연히 방치할 때 피해가 얼마나 큰지 반박이 나온다. 최근에 비슷한 주장을 하면 나오는 반박은 '그땐 백신이 없었으니 다르다' 같은 종류다.

그런데 애초에 내가 말하는 '지속 가능한 방역'은 방치나 무대응과는 거리가 멀다. 코로나19의 위력을 과소평가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코로나를 막을 수 없으니 강압적이고 단기적인 대응이 적합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는 대응의 강도가 아니라 대응의 방향에 대한 얘기였다. 내가 보기엔 초기 대응에서 (그리고 최근까지도) 대략 세가지 측면이 간과되었다.

첫번째로 감염 차단을 위한 대응은 반드시 그 대응이 발생시키는 '비용(ex 사회경제적 피해)'을 고려해서 시행해야 한다. 이 비용은 대응 기간이 길어질수록 체증한다. 감염 차단의 유익이 웬만큼 커도 이 비용을 다 만회하긴 어렵다. 

두번째로 감염 차단의 '유익'을 평가할 때도 더 섬세해야 한다. 아동, 청소년에 대한 코로나19의 위험은 고령자나 기저질환자에 대한 위험과 천지차이다. 전자에 대한 위험까지 과장하며 모든 감염을 막겠다고 나서면 그 유익도 크지 않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반발과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휴교가 대표적). 정부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와 협조가 팬데믹 대응의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작은 반발과 의심도 치명적이리라 예상할 수 있다.

세번째로 규제가 아닌 자율을 추구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감염과 감염을 막기 위한 대응의 비용/편익은 사람마다 다르다. 일괄적인 규제에는 이 비용과 편익의 다양성을 담지 못 한다. 등본에 기재된 가족 간의 모임은 중요하고 그렇지 않은 지인과의 모임은 중요하지 않다는 판단은 누가 내리나. 결혼식은 중요하고 집회/시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판단은 누가 내리나. 생산 활동은 중요하고 유흥이나 여가활동은 중요하지 않다는 판단은 누가 내리나. 팬데믹 초기 질병의 위험이 미지의 영역이었을 때는 정부 주도로 예방조치를 펴는 게 정당화되지만, 유행이 장기화되는 국면에선 개개인이 주어진 정보를 놓고 스스로 판단하게 맡기는 쪽으로 대응을 바꿔가야 한다. 

백신과 치료제는 감염 및 감염 차단의 비용을 유의미하게 줄인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대응의 원칙 자체를 바꾸진 않는다. 오히려 백신의 효과가 나타나길 기다리며 '지속 가능한 방역'으로의 전환을 늦추면 1) 자원이 낭비되고, 2)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며, 3) 결국 피해는 더 커진다. 고도를 기다리듯 백신(또는 대량접종)을 기다렸는데 지금처럼 더 큰 유행이 발생하면 그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번엔 부스터샷 효과를 기다리고, 다음엔 경구용 치료제를 기다리는 것 같은데, 둘다 의미가 있을테지만 그것만으론 이 위기를 끝낼 수 없다. 위기가 계속된다고 가정하고 개개인에 차별적으로 부과되는 비용을 고려한 대응을 짜야 한다. 개개인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가짜정보를 바로 잡아야 한다. 

이게 내가 말하는 지속 가능한 방역이다. 이를 시행하기 위한 여러 전제조건이 있는데, 무엇보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자기 스스로 안전한 행동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이 믿음은 자기실현적이다. 모두가 양식있게 행동하길 기대하며 자율의 공간을 늘려갈수록 룰 안에서 행동하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 반면 위기 때마다 "조금만 더"를 외치며 규제를 강화하면 불가피하게 규제를 멈췄을 때 시민들의 이탈을 막기 어렵다. 물론 규제가 끝난다고 위기가 끝나는 건 아니다.

위기가 고조되며 다시 이 "자율"을 강조하기 힘든 때가 왔다. '규제 강화'는 손쉬운 해법이지만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 정도 해봤으면 이제 알 때도 되지 않았나. 향후 x주가 고비가 아니다. 오래도록 지속될 수 있는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그게 더 많은 사람을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