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는 많을수록 좋다
2022/04/04
문체부에서 연락이 와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줄) 선물 자문회의를 한다는 겁니다. 꼭 오셔야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걸 제가 꼭 가야 되나요?" 물었더니 지금까지는 제가 맡은 역할을 했던 분들이 오셨다는 거예요. 안 갈 수가 없어서 갔어요. 갔는데 한 20명이 이렇게 앉아 있는 거예요. 각 부처에서 다 왔어요. 외교부, 문체부, 문체부 밑에 공예를 담당하는 산하 외청에 있는 학예사분들까지. 심지어 경호처도 참석하더군요. '이걸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회의인가' 란 생각이 들었죠.
처음에는 되게 짜증이 나는 거예요. '이런 게 다 허례허식이야'란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에 발언할 기회가 주어져서 '잘됐다 이놈들'하는 생각으로 한마디 했습니다.
"이런 불필요한 회의에 여러분과 저 같은 실무자들이 시간을 뺏겨서는 안 됩니다. 공개되는 것도 아니고 비공개되는 선물에 이렇게 행정력이 낭비돼서야 되겠습니까? 일단 모였으니까 빨리 하고 끝내죠."
처음으로 딱 올라온 게 먼저 첫 번째 후보 품목입니다. 사각 보석함. 학예사 분이 설명을 합니다. 이건 누가 만들었고 어떤 디자인이고 뭐 이런 걸 쭉 설명을 해요. "좋은데요. 그걸로 하시죠" 이렇게 제가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외교부에서 "저 색깔은 미국 지역에서 선호하는 색깔이 아닙니다." 라고 하더군요.
"미국이 선호하는 색깔이 있나요?" 물었더니 "기본적으로는 국기 색깔과 관련돼 있는 색들을 선호하고 여태까지 대부분의 선물들은 그 범주 안에서 만들어졌었다"라고 이야기하더군요. 여기서 누군가가 또 일어나더니 " 부시 대통령 때 똑같은 디자인이 한 번 선물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각각이 다 나름의 이유가 있는 거예요. 그리고 맨 끝에 경호처가 "운반할 때 좀 위험할 것 같다" 이러면서 여기에 뭐 뭘 어떻게 대야 되고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