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주의 및 군 체계에 관한 착상들

의의
의의 · 이론을 공부하고 글을 씁니다.
2022/12/26
법 체계가 생산하는 군인 모델
  병역법과 군 형법 체계가 구성하는 섹슈얼리티에 비판적으로 접근함으로써, 군사법이 합법적 모델을 생산하는 과정을 포착할 수 있다. 인간이 행동을 반복하며 재현하는 개체라는 버틀러의 전제 하에서, 사법체계는 합법적인 인간 행위의 범주를 통해 인간이 재현 가능한 모델을 생산한다. 특정 행위를 합법화하며 제한·유도·정당화한다는 것이다. 합법화 따위의 -화의 접미사를 통한 개념화는 모종의 과정과 계보를 짚어봄으로써, 개개인이 어떤 체계를 절대적으로 정당한 것으로 인식하는 바와 달리 그것이 우연적인 구성물임을 폭로한다. 이러한 방법론을 두 군사법에 적용할 때, 두 법이 합법적 모델을 생산하는 과정을 드러낼 수 있다. 

  병역법의 경우 국가는 정상-국민성을 전제하며 법 체계로써 적법한 국민을 생성·배출한다. 우선 전시 상황을 염두에 두는 군사 제도, 특히 징병제 자체가 국경과 영토, 영토 내부의 국민 개념을 생성하고 강화한다. 국민에게 자국에 대한 소속감을 주입하며, 국가 이념과 국경의 구분을 내면화한다. 이러한 전략은 근대국가 내 부국강병의 이념에서 확인 가능하다. 사회 통치 전략으로서의 병역 의무화는 공동체적 국민의식을 구성하고, 적/적군/적국을 배타적으로 설정한다. 여기까지가 병역 의무제에 관한 일반론이고, 한국의 병역법은 이보다 면밀한 국민 만들기의 과정을 보여준다. 국민됨을 헌법에 규정된 “국토방위의 의무”에 한정할 때, 남성만의 병역 의무제는 국민을 범주화하는 경계를 설정한다. 자세히 보아, 의무가 할당되지 않은 여성은 국방 시스템의 일방적 수혜자로, 남성은 수행 주체로 범주화된다. 이 범주는 군사 제도에 대한 논의에서 여성의 발언권을 배제하며 문제 자체를 축소하는 기제로 기능하기도 한다. 즉 법적 차원에서 국민이 한정되는 것이다. 또한 경계는 남성 내에서도 일반성과 특수성을 구분하고 소수적 정체성을 타자화한다. 예컨대 신체 등급에 따른 선별이나 퀴어의 문제가 있다. 

  군 추행죄의 경우, 법적 처벌의 당위가 군 기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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