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걸 뇌물 수수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가넷
가넷 인증된 계정 · 전 고등학교 교사, 현 프리랜서✒️
2024/02/09
KBS에서 기획한 대통령 특별회담 <대통령실에 가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가 디올(Dior, 명품 디자이너 브랜드)백을 받은 사실에 대해 '몰카 정치 공작'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매정하게 못 끊어낸 게 문제', '저 역시 그럴 때가 많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매정하게 못 끊어냈다'고 감정적으로 호도하는 부분이 유치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그는 '뇌물수수'에 대한 정의를 마치 그것이 아닌듯 새롭고 신박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게다가 '저 역시 그럴 때가 많다'니. (...?)

교사로 일하던 시절, *'김영란법' 때문에 매순간 눈치 보며 숨 막히듯 살던 동료들이 떠올랐다. 실제로 한 동료는 담임교사의 생일을 맞아 반 학생들이 천 원씩 모아서 산 미니케이크를 '한 입' 먹었다는 사실을 가지고, 평소 앙심을 품고 있던 악성 민원인으로부터 몇 개월 간 지독한 괴롭힘을 당했다. 그 동료와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옆에서 보기에 너무 안쓰럽고 마음이 아팠다. '김영란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며 '교사가 학생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악성민원이 있었고, 해당 선생님은 오랜 기간 고통 받으며 아이들의 예쁜 마음과 이벤트가 있던 웃음 가득했던 생일날을 '악몽'으로 기억해야 했다.
아이들이 깜짝 이벤트로 준비한 3만원 남짓의 케이크 '한 입'을, 혹여라도 '김영란법' 운운하며 '뇌물 수수'로 괴롭힘 당할까봐 '먹지 않겠다', '마음만 받겠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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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고등학교 교사(~2023. 8.) 교원평가 성희롱 사건을 공론화(2022.12.) 했습니다. 악성민원을 빌미로 한 교육청 감사실의 2차 가해(2023.4.)로 인해 사직원을 제출했습니다.(2023.9.1.~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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