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로컬을 향하는 이유: 젠트리피케이션이 없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찾아

편지쓰는사람 윤준식
편지쓰는사람 윤준식 · 많이 쓰자! 비록 똥글로 끝나더라도
2023/08/30
◆ “당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로컬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작년 초여름 『로컬을 정의하다』라는 소책자를 펴내고 나서 이런 이야기를 꽤 많이 듣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서울뿐 아니라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고자 노력하다보니 저의 행보를 눈 여겨 보시는 분들은 제가 상당한 수준의 식견을 갖고 있으리라 높게 평가하시는 듯합니다. 거기에 『로컬을 정의하다』란 책까지 펴냈으니 말이죠.

여기서 제가 『로컬을 정의하다』란 책을 펴내게 된 사연을 설명 드려야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기 쉬워질 것 같습니다. 『로컬을 정의하다』란 매우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써낸 것은 제가 누구보다 로컬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어서가 아닙니다.

어느 날인가부터 ‘로컬’이라는 말이 일상언어처럼 되어버렸는데, 이게 참 요상한 동음다의어라서입니다. 로컬판을 전전하는 로컬전문가들끼리 만나서 로컬 이야기를 하는데, 서로 말이 통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제3자의 시각에서 봤을 때 도저히 해석이 불가능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자주 목격했습니다.
필자의 졸고 『로컬을 정의하다』. 후속편 『로컬트렌드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나』도 언젠가 나올 예정.
◆말로는 서로 같은 로컬인데, 의미는 서로 다른 로컬

처음에는 ‘이름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바로 말하기 곤란한 사람 또는 사물을 가리키는 단어’인 ‘거시기’처럼 독립어, 주어, 목적어, 서술어 등 다양한 용법이 있구나 생각했지만 대화 내용을 곱씹을수록 그렇지 않았습니다.

누구는 로컬이란 말로 ‘리단길과 같이 새롭게 뜨는 힙한 공간이나 거리’를 표현하고, 누구는 읍·면·동보다 더 협소한 구역의 단위로 로컬이라 합니다. 외국생활을 하다 온 사람의 경우 현지인을 로컬이라 부르고, 심한 경우 지방에서 발견한 ‘서울풍 점포’를 로컬이라 하기도 하지요.

무지몽매한 일반인들이야 그렇다 치고, 도시를 무대로 오랫동안 힘써왔다는 학자, 연구자, 정책입안자, 활동가라면 로컬에 대한 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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