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튀기는' 조국 조롱도 영화가 되나요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1/11
국가에 대한 풍자, 나아가 모욕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할까.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을 오랫동안 미덕으로써 강조해온 한국이다. 그 연장선 상에서 국기며 국장에 대한 존중 또한 다른 문화권보다 강하다고 해도 좋을 테다. 해외에선 격한 시위 과정에 국기를 태우거나 하는 일도 심심찮게 마주할 수 있지만, 한국에선 그런 사례를 발견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저 문화만이 아니다. 국기며 국장을 모욕을 목적으로 훼손할 경우 현행법으로 처벌을 받는다.
 
미국은 연방대법원이 성조기 훼손죄를 처벌하는 걸 위헌으로 판정했으나, 한국 헌법재판소는 국기 모욕을 죄로 다스리는 게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한국과 다른 나라 사이에 국가에 대한 마음가짐이 다를 밖에 없는 이유다.
 
▲ 매드 하이디 스틸컷 ⓒ 와이드 릴리즈(주)

영화 내내 스위스가 흘러 넘친다

최근 개봉한 스위스 영화 <매드 하이디>는 이 같은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스위스 영화인 요하네스 하트만과 산드로 클로프스가 공동으로 제작하고 연출한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스위스를 풍자하고 모욕하는 것이 마치 제 목적인 양 군다. 스위스 자본으로 제작된 영화임에도 배우 전부가 영어를 쓰는 이 독특한 영화에는 시종 스위스를 상징하는 국기와 국장, 온갖 물건들이 우스꽝스럽게 등장하여 스스로가 스위스 정체성을 갖고 있음을 알린다.

아예 영화의 제목부터가 스위스를 대표하는 문학이라 해도 좋을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연상하게 한다. 실제로 영화의 주인공인 하이디(앨리스 루시 분)가 알프스 산자락에서 할아버지 손에 자란 소녀다. 그런 그녀가 제 조국에게 고통받고, 마침내 그에 대한 피의 복수를 하는 것이 이 영화의 기본적인 얼개라 하겠다.

이야기는 스위스 어느 도심 광장에서 시작된다. 수많은 인파가 모여 정부를 상대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요구는 하나,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단 하나의 저질 치즈제품만을 유통하는 것을 규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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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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