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4.19 민주 묘지를 나오며

서형우
서형우 · MZ문인
2024/04/21
비가 오는 날이었다. 4월 19일이 지난지 얼마 안 되어서였다. 취업 준비 서적을 구하고 있었다. 비는 내리는 데, 도봉도서관에 가야 빌릴 수 있는 책이 있어서 버스를 타고 도봉도서관으로 향했다.
도봉도서관 근처에는 국립 4.19 민주묘지가 있었다. 집 근처에 있는 걸 알았지만, 근처에 카페 거리에 가본 적은 있어도 들어가본 적은 없는. 그러나, 4월 19일이 지난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아니면 취업 서적을 빌려보는 걸 조금이라도 뒤로 미루고 싶어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곳에 들어가보게 되었다.

망자의 넋을 추모하는 공간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 무엇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뛰쳐나와 죽든 살든,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게 했단 말인가. 마음의 어떤 부분이 애통해졌다. 그들이 열망한 자유는 1년 뒤에 일어난 군사정변으로 인해 뒤엎어지게 되겠지. 그리고 점차 군부에 의해 자유가 침식 당하게 되겠지. '한국식 민주주의'라는 궤변을 들으며 유신 체제를 맞이하게 되겠지.

그러나, 그렇다고 그들이 실패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4.19혁명이 자그마치 64년 후인 지금, 내가 4.19 민주 묘지를 찾아가도 건드려지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작년 연말에 혼자 뉴스들을 보다가 너무 답답해서 혼자 말장난을 만들었었다. "사실과 진실의 차이가 뭔지 알아?", "사실은 실제로 벌어진 일을 의미하고, 진실은 그중에서 내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을 의미해." 현실이 답답해서 내가 만들어본 말장난이었다. 그런 말장난을 하고 돌아다니다가 깨달은 게 있다. 진실은 내 기분을 좋게 해주는 것이라는 정의에는 아무도 동의하지 않으며, 다른 정의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홀로 소설을 구상하다가 생각했다. 사실과 진실의 차이는 내 마음을 건드는 정도의 차이였다. 내 마음을 건드리고, 그렇게 건드려지는 이유에 대해서 정확히 결론을 내릴 수 있다면 그것은 진실이다. 그리고 4.19 민주 묘지에서 건드려지는 나의 마음은, 4.19혁명이 우리 현대사에서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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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은 정당한 것을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동체 구성원 대다수가 동의할 정당한 것을 MZ의 감성으로 풀며 매력적인 것으로 만들어내는 일에 관심있습니다. 개개인들의 사적인 경험들이 사회의 공론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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