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 녹색도시, 그르노블의 모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3/06/08
  • 필리프 데캉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위원



권력의 시험대에 오른 녹색당
<혹한>, 2015 - 홍선아
기후 위기가 고조되면서, 유권자들은 환경정책을 핵심으로 삼은 정당에 점점 관심이 커졌다. 독일에서 그랬듯, 권력을 잡은 녹색당 당선자들은 내부에서부터 뭔가 변화시키려는 야심을 보인다. 특히 대도시에서의 경험에 비춰보면, 책무를 맡은 이들은 개혁하려던 시스템이 아니라, 그들 자신이 먼저 변해 버릴 수 있다. 더불어, 정당들은 갈수록 커지는 이런 걱정거리에 잘 대응할 수 있다며 스펙트럼을 과시한다. 왜곡이 없을 수 없다.
 
2014년, 녹색당 소속으로는 최초로 대도시 시장이 된 에리크 피올은, ‘정치적 접근방식의 변화’라는 희망을 보여줬다. 그러나 메트로폴리스로 관할이 이전되고 정부 보조금이 축소되는 가운데, ‘환경, 민주주의, 연대’에 대한 녹색당의 여러 공약들은 빛을 잃어버렸다.
 
거대한 샤르트르즈(Chartreuse) 산맥의 남단에 있는 바스티유 요새에 서면, 알프스와 이제르(Isère) 계곡의 아름다운 풍경이 내려다보인다. 햇살이 눈부시던 10월 18일, ‘2022년 유럽 녹색당의 수도’라는 타이틀을 얻은 후, 엽서 속 그르노블 풍경이 바뀌었다. 카메라들의 시선을 받으며 케이블카를 타고 온 에리크 피올 시장은, 친환경전환부 장관이자 유럽 위원회 대표인 바바라 폼피리를 안내했다. 그녀는 피올 그르노블 시장을 ‘녹색 도시의 대사’로 임명하기 위해 왔다. 
피올 시장은 “불복하는 자들의 만남”이라며, “7년 전부터 시도해온 수많은 정책들을 비로소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당 소속의 그는 시속 30km/h 제한구역 확대, 저탄소 배출 구역(오염도가 높은 자동차 출입금지) 지정, 자전거 도로 개설, 도시난방 확대, 그르노블 전기가스 복합회사의 재생 에너지 투자 촉진 등 다양한 친환경 정책을 펼쳤다. 피올 시장은 2014년부터 좌파당과 연합한 이후, 불복하는 프랑스당과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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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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