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과 억압, 개인의 트라우마와 공적 폭력의 역사 - 임철우, <직선과 독가스>

윤지연 · 교사
2023/10/29
군인들에게 체포된 광주의 시민들(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만과 억압, 개인의 트라우마와 공적 폭력의 역사 - 임철우, <직선과 독가스>

「직선과 독가스」속 1인칭 서술자가 ‘당신(혹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인물은 스토리 안에 존재하므로 이 중에서는 첫 번째 유형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 가장 적합할 듯하다. ‘당신’은 5월의 광주 이후 미쳐버린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으로, ‘나’를 잡아간 이들이 정신 상담을 위해 데려간 곳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그는 5‧18을 망각시키려는 진영에 공 모하고 있는 사람이자 그 자신도 망각의 주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 ‘당신’은 개별적인 인 물이지만, 5‧18의 망각이라는 상황을 경유하여 일반화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즉, ‘당신’은 개인이지만 평균적 경험을 일반화했다는 그 특성으로 인해 소설을 읽는 이가 이 상황에 참여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뿐만 아니라 ‘나’는 계속해서 병리의 시작점이 오월의 광주임을 말하고 있다. 시기를 특정함으로써 ‘나’의 외상은 역사적인 것이 되고, 그 이야기를 듣는 ‘당신’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그 사건에 연루된다.
임철우, <직선과 독가스>

이 때 ‘당신’이 평균의 삶을 개별화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 참여는 다시 독자에게까지 이어지는데, 서술자인 ‘나’ 또한 은근한 방식으로 5‧18 문제에 관여될 것을 유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어째서 나 혼자만 이렇게 고통을 당해야 하는 것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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