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편지35] 입동 무렵 나무를 심다
2023/11/09
아침 9시를 조금 넘기면 한강조합의 이재학 과장님은 ‘함께 보는 소식’을 올립니다. 어제는 입동이어서 입동에 옛 사람들은 김장을 했다고 하네요. 저는 근래 읽은 ‘입동 무렵’이라는 시를 다시 꺼내어 읽었습니다.
밤비 오려나…… 바람이
별들을 쓸고 가버린 입동 무렵
연탄은 좀처럼 피지 않는다
(최영숙 시 ‘입동 무렵’ 부분)
별들을 쓸고 가버린 입동 무렵
연탄은 좀처럼 피지 않는다
(최영숙 시 ‘입동 무렵’ 부분)
시를 읽다가 내친 김에 입동에 관한 시들을 검색해보았습니다. 어떤 블로거가 125편의 입동 관련 시를 모았길래 몇 편 읽어보았습니다. 자주 나오는 단어들에 김장 같은 것도 있고, 가을과 겨울, 낮과 밤, 세월, 그리움, 비, 낙엽… 그리고 자연의 변화를 지켜보며 느끼는 감상들이 많았습니다.
입동 무렵이라 그런지 몰라도, 비도 자주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지기도 했으며 어디에서는 첫눈과 서리 소식이 들려옵니다. 저는 지난 일요일 저녁에 혼자서 우중 산책을 했습니다. 바람도 불고 비도 추적추적 내려서 그런지 공원에는 사람이 적었습니다. 길가에 줄지어 피어 있는 노란 국화에 한참 눈길이 갔습니다. 여름에 돌아가신 아버지 영정에 바쳐진 꽃들 같아서 서글프고, 그리움이 가득했습니다. 바람이 불어 맥없이 떨어지는 낙엽들도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저 낙엽들도, 다시 돌아올 수 없이 떠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강의 생태를 가꾸고 강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서 일합니다. 읽고 쓰는 삶을 살며,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숲을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