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스토리는 반드시 훌륭해야하나?

박현우
박현우 · 헬조선 늬우스 대장
2023/03/25
오해하지마시라. 나는 게임을 사랑하고 게임의 스토리도 사랑한다. 나는 <다크소울3>나 <블러드본>을 단지 스토리 하나 때문에 플레이했다. 꺼라위키에서 온갖 항목을 다 보고, 로리웹에서 스토리가 정리된 게시물도 모두 읽었다. 온갖 종류의 스포일러도 다 당한 뒤 지금까지 학습해온 세계를 탐험해보고 싶다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게임을 구매해 플레이했다. 모든 세계관을 학습하고 난 뒤 게임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묘한 감정을 선사한다. 내가! 여기에! 있다니!
<다크소울>의 마지막 왕은 ‘그윈’인데 그윈과의 보스전에서는 흔히 보스전에서는 그다지 쓰이지 않는 구슬픈 피아노 선율이 나온다. <다크소울>은 빛과 그림자, 불과 어둠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윈은 죽어가는 불을 살려내기 위해 자신의 몸과 영혼을 희생하고 망자가 된 인물이다.

구슬픈 음악이 나오는 이유는 그윈이 주인공이 처치해야할 ‘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윈이 주인공을 향해 공격을 퍼붓는 이유는 주인공이 그윈을 이어 불을 새롭게 지필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인물인지 가늠하기 위해서다. 의식 없는 망자가 되어서도 마지막까지 불을 지피려는 그윈의 눈물겨운 모습이랄까?

<다크소울>의 세계가 힘을 잃고 멸망만을 앞둔 시점을 다루는 <다크소울3>의 마지막 보스는 ‘왕들의 화신’이다. 신기하게도 왕들의 화신은 다양한 무기를 다룰 줄 알고, 다양한 마법도 쓸 줄 아는데, <다크소울>에서 스스로를 희생해 불을 잇는 게이머-주인공을 비롯해 온갖 종류의 영웅들의 영혼이 모여 만들어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게이머가 왕들의 화신의 체력을 모두 소진시키면 두번째 페이즈가 시작되는데, 이 때 나오는 음악(처음부터 듣기를 권하지만 성질이 급하시면 2분 15부터 들으시면 된다)에서 <다크소울>을 플레이했던 유저들은 놀랄 수 밖에 없다. 그윈과의 보스전 때 나왔던 그 음악이 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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