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혼자 잘 싸는 우리 아이, 그동안 수고많았어

박주얼
박주얼 · 미국 소아과 의사
2024/03/27
미국 영유아건강검진 (Well Child Visit) 36개월 차

미국의 병원에서 이제 만 3살이 된 아이의 진료를 위해 그동안 작성한 차트를 읽어보려고 하면, 그 짧은 시간 안에 정말 많은 차트가 쌓여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만약 일정대로 검진을 다 완료했다면, 불과 36개월 안에 12번이나 소아과를 방문한 것이죠. 그만큼 3살 이전에는 아이가 손이 많이 가고, 확인할 부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3세부턴 성인이 될 때까지 소아과에서 1년에 한 번씩만 건강검진을 하게 됩니다. 이제 아이가 충분히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pre-school(미국 어린이집)을 들어가는 시기인데요, 그러면서 소아과 의사의 손길에서 점차 멀어지게 되는, 대견하면서도 다소 서먹해지는 순간입니다.

3살 전에는 아이가 올 때마다 나이에 따라 항상 정해진 뭔가 할 것이 있었지만, 이제부터 1년마다 이루어지는 정기 검진에서는 방문의 목적이 조금 다릅니다.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하는 검사보다는, 아이에 맞추어서 검진이 이루어지게 되죠. 만약 아이가 아토피 피부염이 있다면, 증상은 잘 조절되고 있는지, 약은 어떻게 쓰고 있는지 물어보며 관리를 해줍니다. 만약 ADHD가 있다면 학교에서 집중은 잘하는지, 성적은 괜찮은지, 밥은 잘 먹는지 (ADHD 약의 흔한 부작용) 확인하고요. 이처럼 보다 각자 아이가 가지고 있는 만성질환의 관리에 초점이 맞춰지게 됩니다. 간혹 아이가 증상이 있어도 이아나 부모가 그 심각성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비가역적인 변화가 있기 전 미리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천식 같은 경우, 스테로이드 흡입기로 폐의 염증을 조절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섬유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미국 소아과에서 1년마다 검진을 굳이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의 의료와 보험 문화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우선 한국과 다르게 내가 원할 때 동네 의원을 아무 때나 방문 힐 수 없습니다. 보통 원하는 날짜 몇 주 전에 예약을 잡아야 의사를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저도 제 주치의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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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소아과 수련중인 전공의 박주얼입니다. 한국의 의료와 미국의 의료, 두 시스템 사이에서 느낀 점을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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