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의 나라, 대한민국 - 장영자 어음 사기 사건(1982)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2/20
1982년 재판정으로 출두하기 전 기자들에게 둘러쌓인 장영자의 모습. 출처-경향신문
반칙은 나의 힘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청년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실상 그들의 자녀들만 온갖 반칙과 특권을 활용해 이익과 자리를 독차지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좌(左)와 우(右)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이 같은 종(種)으로 묶이는 것은 이런 면모들이 보여주는 공통성 때문이겠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차별과 불공평에 불만을 표할 때, 한국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전환되길 바라는 절실한 심정인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오히려 우리들은 스스로가 그런 특혜를 누리지 못하는 비루한 처지에 있음을 한탄하는 경우가 더 흔할지도 모른다. 이렇듯 보통의 존재들이 느끼는 정서적 건조함의 근원은 특권과 반칙이 횡행하는 현실을 어쩌지 못하는 부박함 속에 도사리고 있다.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메마른 인식과 디스토피아적 전망을 마냥 나무랄 수도 없다. 왜냐하면 사사로운 역사적 경험을 통해 얻은 삶의 교훈이란 게 권선징악보다 삿된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사는 현실을 목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칙과 사기를 업으로 삼는 자들은 대대로 잘 먹고 잘 살았다. 
구속된 이철희-장영자 부부의 모습. 출처-중앙포토
   
세도가가 그랬고, 친일파가 그랬다. 그들은 지탄을 받고 욕을 먹더라도, 더 좋은 것을 걸치고 주름 없는 얼굴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정직하게 살며, 나쁜 마음을 먹지 않는 사람들은 대개 고생을 많이 하고 가난한 경우가 많다. 암담하고 참혹하다. 도덕의 역설이자 믿음의 배신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이렇게 사기가 판치는 나라가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사기는 늘 존재해왔겠지만 현대적인 금융사기, 즉 기업과 개인들로부터 돈을 끌어 모아 한탕 크게 털어먹은 사기의...
강부원
강부원 님이 만드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172
팔로워 2.2K
팔로잉 6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