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횡포에 맞서는 소시민의 삶

윤지연 · 교사
2023/11/08
1950년대 부산 완월동 제면소 부근의 풍경(위키미디어)

자본의 횡포에 맞서는 소시민의 삶 - 이호철의 <소시민>

정옥은 작가 이호철의 지향이 투영된 인물로 정옥의 말과 시선에서 작가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정옥이 화자인 ‘나’에게 들려주는 ‘나이 많은 수위’의 이야기는 이 작품 전반 소시민 의 의미와 작가의 태도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서양 선교사 집에 하인으로 있던 이 수위는 선교사의 엄청난 구박을 받았다. 서양 선교사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상냥한 사람이었으나 집에서는 전혀 달랐다. 그는 인두로 하인의 오금을 지지우기도 할 정도로 이중적이고 폭력적 이었다. 하인은 혼자 울분을 쌓아봤으나 그것은 울분과 증오만을 더 불러일으킬 뿐이었다.

그런 까닭에 그는 결국에는 무슨 일에나 희희낙락하는 낙천가가 되어 버렸다. 이 서양 선교사의 부도덕성은 미국으로부터 유입된 자본주의의 비정상성과 모순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구 자본의 폭력이 팽배한 부산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문제의식은 버리고 낙천가가 되어버 릴 수밖에 없었다. 이 선교사와 수위의 이야기 끝에 정옥은 ‘이게 대체 무얼까예. 이것도 분명 히 인생잉 기라예. 옳고 그르고는 여하간에 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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