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다. 쓸데없다. 대체 당신이 말하는 쓸데란 무엇인가요?

한연화
한연화 · 미친 세상을 사는 아스퍼거 ADHD인
2023/09/01
우리 형편에 미술학원비까지 감당하기는 어려웠던 것일까. 아니면 미술학원을 보내는 일을 두고 큰아빠를 설득하지 못했던 것일까. 할머니는 나를 미술학원에 보내주는 대신, 초등학교에 들어간 나를 방과 후 수업으로 하는 컴퓨터교실에 보내주었다. 컴퓨터교실에서 인터넷이며 포토삽 등 여러 가지를 배우고 익히는 것은 무척 즐거운 일이었으나 큰아빠는 그것조차 못마땅한지 자꾸만 나에게 컴퓨터를 배우지 말라며 어깃장을 놓았다.

"어차피 10년 뒤에는 음성인식컴퓨터가 나와서 음성으로 다할 텐데 그 시간에 수학, 영어나 더 배워."

그놈의 수학, 영어. 정말 수학, 영어에 한이 맺혀 죽은 귀신이라도 붙은 걸까. 큰아빠는 내가 학교수업이 끝나고 컴퓨터교실에 다녀올 때면 그렇게 어깃장을 놓으며 쓸데없는 거 배우는 데에 돈을 쳐들인다고 볼멘소리를 늘어놓았고, 그것은 특히 피아노를 향해 점점 그 강도를 높여가고 있었다. 컴퓨터교실이 끝나면 피아노학원에 가 리틀 바이엘을 연습하고 오는 내게 큰아빠는 자꾸만 "그런 거 잘해봐야 쓸데없어. 공부 못하면 인생 힘들게 살고 말짱 도루묵이야. 피아노 잘쳐봤자 밥이 나와, 돈이 나와. 그런 거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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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와 학교폭력 등을 겪고 살아온 아스퍼거 ADHD인입니다. 남들 하는 걸 못해 세상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하고 살고 있으나 어떻게든 적응 중입니다. 가족, 특히 큰아빠에 대한 트라우마와 어린 시절, 그리고 살아오면서 겪은 일들에 대한 트라우마는 현재 마주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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