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세이의 고고인류학 170편 - 코로나 이전의 최악의 팬데믹(Pandemic), 유럽의 페스트(Black Plague) 이야기

알렉세이 정
알렉세이 정 · 역사학, 고고학, 인류학 연구교수
2024/05/21
페스트(Pestis)는 페스트균(Yersinia pestis)에 의해 일어나는 급성 열성 전염병으로 독일어인 'Pest'의 독음이면서 영어로는 'Plague'라고 한다. 영어 단어 Plague 자체가 '전염병'을 의미하는 보통 명사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질병학에서 페스트로 불리는 'Plague' 자체가 전염병을 통칭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중세 페스트 팬데믹이 매우 참혹하였고 그 실상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에서 모든 전염병을 통칭하는 상징으로 남게 되었던 것이다.
사진 : 페스트로 죽은 유럽인들, 사진출처 : HISTORY, BETTMANN ARCHIVE / GETTY IMAGES

이를 흔히 한자로 흑사병(黑死病)이라고도 부른다. 그 뜻 자체가 혈관 내부에서 피가 응고되며 신체 말단이 괴사하는 증상이 발현되어 실제로 사후 검은색으로 변하는 것을 말함이다. 이 페스트라는 이름은 1894년 스위스의 의사 알렉산드르 예르생(Alexandre Yersin)과 일본의 기타자토 시바사부로(北里柴三郎)는 각각 독립적으로 홍콩에서 페스트 병원체를 분리해내면서 "쥐벼룩이 페스트의 매개"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예르생은 자신을 지원했던 파스퇴르 연구소를 기념해 파스테우렐라 페스티스(Pasteurella pestis)라는 학명을 붙였다. 1967년 페스트균이 새로운 속으로 재분류되면서 예르생을 기념해 예르시니아 페스티스(Yersinia pestis)라는 학명으로 재명명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오게 된다.

사망자 수의 추정치로 볼 때 독보적인 1위인 천연두(Smallpox), 인플루엔자(Flu, Grippe)와 더불어 대유행(Pandemic)으로 많은 인명 피해를 냈던 질병이 페스트다. 그 중에서 천연두는 오래 전에 박멸된지 오래된 질병이지만 페스트는 중세 시대 당시, 유럽에서 검은 사탄의 재림으로 불릴 정도로 대단한 악명을 떨쳤던 것에 비하면 현재 많이 약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자주 나타나는 질병이다. 

인플루엔자, 흔히 독감이라 불리는 질병도 세계적으로 매년 수십만 명, 심한 경우 100만 명 단위의 인명피해를 내기 때문에 그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질병이다. 그리고 전 세계적인 대유행(Pandemic)에 해당되지 않지만 열대지방 및 아열대 지방을 중심으로 말라리아나 에볼라도 가장 위험한 전염병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페스트균의 경우, 현재 주로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에 부분적으로 분포해 있다. 

페스트 균은 쥐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사람에게 전파되는 질병이다. 역사상 아주 작은 생물에 지나지 않던 벼룩이 모기와 더불어 인류의 치사율이 가장 높은 위험한 생물로 꼽히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와 같은 페스트 질환의 주요 형태는 가래톳 페스트(Bubonic plague), 패혈증형 페스트(Septicemic plague), 폐렴형 페스트(Pneumonic plague) 등으로 구분된다. 중세 시대에는 유럽에서 크게 유행하였기 때문에 인구의 7500만~2억 명 남짓이 인류가 희생되었다. 

페스트의 어원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라틴어 단어인 'Pestis'로 이 단어는 원래 특정 질병이 아니라 전염병을 지칭하는 라틴어의 보통명사로 나타난다. 그런데 알렉산드르 예르생(Alexandre Yersin)이 이 단어를 사용하여 공식적으로 특정 질병의 고유명사로 명명이 되었으며 학명으로도 정해졌다. 또한 라틴어 문헌에서도 전염병을 가리키는 보통명사와 특정 질병을 가리키는 고유명사, 2가지의 문법을 모두 지니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적인 병의 증상을 지칭하는 명칭은 블랙 플라그(Black Plague) 혹은 흑사병(黑死病)으로 알려져 있다. Black Plague라는 단어는 14세기 중기에 급속도로 퍼진 질병의 명칭을 후대에 재지정한 것이고, 14세기 당시에는 Great Pestilence (대 페스트), Great Plague (대 역병), Great Mortality (대 사멸)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병이 진행되면서 전신의 혈액 내에서 혈전이 생성되고 지혈 작용이 적절히 일어나지 않아 출혈이 발생하는 이른바 파종성 혈관 내 응고(Disseminated intravascular coagulation)를 유발하여 광범위한 반상 출혈 및 사지와 코 등의 신체 부위에 검은색의 괴사를 일으킨다. 이 때 살이 검붉은 자줏빛으로 썩는 증상을 보이는데 이 때문에 병명이 오역되기도 했다. 

당시 이 병을 지칭하던 단어 중에 라틴어로 'Atra Mors'가 있었는데, 'Atra(남성형 : Ater)'는 '검다'라는 뜻이 있으나 또한 '끔찍하다'라는 뜻도 있어 문맥 상, '끔찍한 죽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 스칸디나비아의 기록자들이 '검은 죽음'이라 오역하였고, 그것이 영어권과 독일어권에 그대로 들어와 정착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페스트의 발병 원인은 페스트균에 의한 것이지만, 주요한 두 가지 유형인 가래톳 페스트와 폐렴형 페스트는 감염 경로가 다르게 나타난다. 

가레톳 페스트의 감염 경로는 페스트균을 보균하고 있는 쥐와 그 쥐의 피를 흡혈하는 벼룩에게 물려 감염되면서 나타나고 폐렴형 페스트는 감염 환자들의 기침이나 체액, 혹은 쥐와 같은 감염 동물들의 분뇨나 가래 등이 공기 중에 퍼져 호흡기 질환으로 감염되는 특성이 나타난다. 아시아에서는 야생의 설치류(齧齒類)인 다람쥐와 쥐, 비버 등의 동물들의 간을 숙주로 한 벼룩에 의해 흡혈되어 생성되는 전염병으로 인식되었으며 사람에 대한 주 감염원으로 지목되는 것은 보통 다람쥐와 마못(Marmot) 등으로부터 벼룩이 감염된 집쥐와 곰쥐 등이다.

이러한 설치류들이 구제되지 않고 페스트균을 다량으로 보균한 채, 대량 번식하면 그때부터 인간에게 큰 위협으로 존재하는 병이기도 하다. 이러한 보균동물이 존재하고 있는 지방에는 풍토병(風土病)으로 존재하고 있었으며 중국 동북부와 중국 대륙의 오지, 몽골 및 중앙아시아, 러시아 등은 그 이전에 유행하여 보균동물들이 잔류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근 등의 재해가 닥치면 인간의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유행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실제로 최근에 중국에서 발병하는 사건 또한 있었으며 라틴아메리카 중부에서 북부, 아프리카 중부, 미얀마, 이란, 인도,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2000년 이후 10년 사이에 유행한 기록이 존재하고 있다. 여기에 정확한 기록을 추가한다면, 2009년 8월에 중국 청해성 장족자치주에서 12명이 폐혈증형 페스트에 감염되었고 이 중에 3명이 사망했으며, 직, 간접적으로 페스트에 접촉한 사람 300여 명을 모두 격리 조치한 바 있다. 

그리고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수단 공화국 서부에서는 6년째 흑사병이 창궐하여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기도 했다. 현대 사회에서는 감염된 설치류를 사냥한 고양이가 설치류 자체보다 더욱 위협적인 페스트의 매개체로 꼽히고 있는 등, 현 시대에도 위협적인 질병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세 유럽 흑사병으로 알려진 페스트균 감염은 증세가 격심하고 사망률도 높으며,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법정 제1종 전염병인 동시에 검역전염병으로 분류되어 있다. 환자가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튀어나온 병원균에 의하여 감염되는 비말감염(飛沫感染), 또는 환자의 분비물 및 배설물이 부착된 물품으로부터 기도감염(氣道感染)이 되는 경우도 있으나, 보통은 보균동물을 흡혈한 벼룩에 물려서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병에 걸리면 장기간의 면역을 얻는 것이 드물게 다시 걸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페스트균 감염의 일반적인 증세는 갑자기 오한전율(惡寒戰慄)과 더불어 40℃ 전후의 고열을 내고 현기증과 구토를 하며 의식이 혼미해진다. 페스트의 잠복기는 2~5일이고, 순환기계(循環器系)가 강하게 침해받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몇 가지 유형의 병으로 분류되어지는데, 주된 유형은 선(腺) 페스트와 폐(肺) 페스트의 2가지 병 형태로 구분된다. 

발병했을 때 병의 진행속도가 굉장히 빠르며 에볼라조차도 페스트의 진행 속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정도 놀라운 전파력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여러 전염병 중 사람을 가장 단시간에 사망으로 이르게 하는 병이기도 하다. 급성 페스트로 한 사람이 죽음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6시간으로 나타난다. 그렇기에 치사율도 굉장히 높다. 보통 치사율과 전염성은 반비례한다는 것을 본다면 50~90%에 달하는 흑사병의 치사율은 전염성 못지 않게 굉장히 높은 편에 들어간다. 

현대에 들어 간혹 나타나는 흑사병의 치명률은 10% 정도로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그 이유는 페니실린(Penicillin)과 더불어 항생제와 백신이 발달하고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 등의 치료제가 발달해 중세 시대나 중근세 시대처럼 치사율은 그렇게 높지 않지만 의료 시스템이 미비한 국가에서는 50%를 넘기기도 한다. 특히 폐렴형 페스트의 경우 90%의 치사율을 기록하는 아직까지도 방심할 수 없는 무서운 병 또한 페스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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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의 역사학자 고고학자, 인류학자. 역사, 고고, 인류학적으로 다양하게 조사, 연구하기 위해서 역사, 문화적 체험을 중시하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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