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편지12] 어린이였던 나에게
2023/05/03
지난 토요일 자작자작 비가 내렸습니다.
저는 ‘시가 있는 샛강산책’을 진행하기로 한 터라 아침에 샛강으로 나섰어요. 저와 함께 샛강을 걸으신 분은 단 두 분이었는데 한 분은 작년 여름에 제가 안내하는 샛강산책에 오셨다가 조합원이 되신 정은 선생님, 그리고 다른 한 분은 전날 한강살롱에도 왔던 수정 선생님이었어요.
저는 ‘시가 있는 샛강산책’을 진행하기로 한 터라 아침에 샛강으로 나섰어요. 저와 함께 샛강을 걸으신 분은 단 두 분이었는데 한 분은 작년 여름에 제가 안내하는 샛강산책에 오셨다가 조합원이 되신 정은 선생님, 그리고 다른 한 분은 전날 한강살롱에도 왔던 수정 선생님이었어요.
비가 내내 내리고 있어 우리들은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둘러 앉아 쿠키를 곁들여 커피를 마시며 버드나무에 관한 시를 읽었습니다. 예이츠의 시를 노래로 만든 <Down by the Sally Gardens> 노래도 들었어요. 그렇게 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밖으로 나섰습니다. 옥상에는 은희 선생님이 심어놓은 꽃들이 비에 젖어 생기가 넘쳤어요. 정은 선생님은 화단에 핀 할미꽃을 보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앵두 열매는 새끼 손톱처럼 자라고 있었습니다. 재작년 프랑스인들이 심었던 딸기 덩굴이 다시 꽃을 피웠고요.
참느릅나무와 버드나무, 팽나무 푸른 잎들은 비에 젖어 반질거렸습니다. 찔레 덩굴은 어느새 쑥쑥 자라 가느다랗고 긴 가지를 사방으로 펼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부드러운 찔레순을 따먹던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두런두런 하다 보니 찔레 덩굴...
강의 생태를 가꾸고 강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서 일합니다. 읽고 쓰는 삶을 살며,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숲을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