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아들의 교회 탈출기 (10)

이화경
이화경 · 프리랜서 작가
2024/04/15
12. 한 여자 

입대 직전 교제를 시작한 ‘정’과는 일병 말호봉 때 쯤 헤어졌다가 제대할 무렵, 다시 만나기 시작했다. 중간에 잠깐 헤어졌던 이유는 내게 다른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캠프 후문 앞에 교회가 하나 있었는데, 주말 외박을 나가지 않고 부대에 있을 때면 그 교회에 종종 나갔다. 그 교회는 청년부가 전부 여자였다. 상주해 있는 남자 청년이 거의 없었다. 남자들은 전부 카투사들뿐이었다. 그곳에서 ‘고’를 만났고 자연스레 교제가 시작됐다. 업무가 끝날 때면 매일 같이 고를 막사로 불러 들였다. 우리는 막사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이 사실을 정은 몰랐다. 군생활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다른 사람을 돌볼 여유가 없으니 잠시 떨어져 있자고 한 내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때문에 어렵지 않게 다시 정에게로 돌아갈 수 있었다. 고와는 제대와 동시에 헤어졌다. 고는 내게 사귀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다. 알고서도 만난 거였다. 정에게로 다시 돌아가겠다고 하자 고는 쌍욕을 퍼부었다. 그 욕을 먹는 데도 아무렇지 않았다. 이 시간이 빨리 지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복학 후 한 학기 만에 정과도 완전히 끝이 났다. 또 다른 사람, ‘조’가 눈에 들어온 게 그 이유였다. 정에게는 두 번이나 배신을 한 셈이다. 나는 정을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었다. 그냥 늘 거기에 있으니까 만났을 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뭘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싶다. 왜 그렇게 나빴을까. 왜 그렇게 사랑을,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가볍게 여겼을까. 지가 아비정전의 장국영도 아니고 뭐 잘났다고. 정 선배에게 차인 데 대한 분풀이를 애먼 데다 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 즈음의 정 선배는 내게 그다지 중요한 의미가 아니었다. 
그냥 호르몬 괴물이었다고 보는 수밖에. 

지금의 아내를 만나기 전, 마지막으로 사귀었던 친구가 나 기자다. 그녀가 언젠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니가 기본적으로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인 건 맞아. 나중에 애 낳으면 애한테 참 잘할 것 같기도 하고. 근...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성직자의 길을 포기하고 작가로 살고 있습니다.
15
팔로워 23
팔로잉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