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서양의 사유의 차이

이종철
이종철 · 전문 에끄리뱅
2024/04/19

로버트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를 보면 동서양 인간들의 사유의 차이를 심리학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동양인은 자기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거나 불행하면 자신도 행복하거나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서양인들은 자신의 행복이 결코 주변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동양인들은 전체론적 사고에 익숙하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결코 독립적이거나 고립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인들이 말하는 인간은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지 결코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서양의 아리스토텔레스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지만, 동양인들은 태어날 때부터 가족과 공동체 사회와 국가 안에서 삶이 이루어진다. 반면 개체중심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서양인들은 사회 이전에 반드시 나라고 하는 개인이 우선한다고 생각한다. 사회나 국가는 개인들이 자신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2차적 관계일 뿐이다. 동양인들은 인간들만 그렇게 보는 것이 아니라 자연사 자체가 그런 연관 속에서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자연관을 잘 보여주는 것이 주역이다. 주역은 만물이 타자 존재와 관계를 맺고, 이 타자 존재와의 연관 속에서 어떻게 그 지위와 관계가 결정되는 지를 보여 준다. 반면 인구어의 핵심 구조인 주어-술어 문장을 보면 주어는 항상 다른 모든 것에 앞서 존재하고, 다른 존재와 상관없이 존재한다. 이 주어 존재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제1 실체이고 개별자이다. 개별자들을 이어주는 보편자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이 개별자에 끄달려 있다. 이 두 가지 사유방식은 전체가 우선인 전체론적(Holism) 입장과 개체가 우선인 개체론(Individualism)으로 나뉜다.

전체론적 사고를 하는 동양인들은 어떤 사건을 결코 고립적으로 보지 않는다. 이런 인식은 ‘새옹지마’라는 고사에 잘 나타나 있다. 어느 집안에 말이 한 마리 걸어 들어왔다. 이웃집 사람이 그것을 보고 축하한다고 말한다. 그러자 그 집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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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비판》와 《일상이 철학이다》의 저자. J. 이폴리뜨의 《헤겔의 정신현상학》1(공역)2, G. 루카치의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 전4권을 공역했고, 그밖에 다수의 번역서와 공저 들이 있습니다. 현재는 자유롭게 '에세이철학' 관련 글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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