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도시 지식인의 하루와 내면 풍경 - 박태원,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식민지 도시 지식인의 하루와 내면 풍경 - 박태원,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은 일제강점기 시대를 살아가는 한 소설가의 하루를 그린 소설이다. 소설가 구보는 정상적이 아닌 파행적인 근대로 치닫고 있던 식민지 치하에서 소외된 예술가(혹은 지식인) 의식을 보이는 인물이다. 그는 항상 고독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몸 상태, 정신 상태를 가지고 대체 얼마만한 일을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항상 회의감을 가지고 있다. 이는 당시 시대 배경 상 예술가로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지, 얼핏 보기에 자존감이 상당히 낮아보이기도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구보에 대해 특이하다고 생각한 점은 소설의 초반부부터 중반부까지 보인 그의 태도이다. 그는 항상 고독하다고 생각하는 와중에, 여러 가지 관심을 보이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그 관심은 관심에서 그칠 뿐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다. 아니, 나아가려고 시도 조차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의 생각에만 머물 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설 초반부에 전차에서 만난 여자에 대해 관심을 보일 때다. 그는 그 여자에 대해 이성적인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그 관심을 여자에게 다가가 표출하려 들지 않는다.
그저 그 여자가 자신에게 직접 다가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는 ‘혹시 여자에게서라도 먼저 말이 있다면 … 그러면 구보는 다시 이 문제에 흥미를 가질 수 있을 게다’라는 부분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이런 소설 초반부 구보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 답답함을 느꼈다. 자신의 행복을 왜 남에서 찾는지, 왜 직접 나서지 않고 생각만 하는 것인지, 왜 남 탓, 자신의 신체 탓만 하는 것인지, 왜 거절하고 싶다면서 거절을 못하는지 등등이 궁금했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자신이 고독하다면서, 우울하다면서 왜 그것을 ‘자신의 손으로’ 극복하고자 하지 않는 것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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