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미래를 위한 징비록(15) 2부. 성역에 눈 뜨다 09. 부동산 정책은 왜 실패했나
09. 부동산 정책은 왜 실패했나
정부 신뢰의 문제
정부 정책의 성공 여부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큰 영향을 미친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책 목표를 실현시킬 것이라는 국민의 신뢰가 있을 때 굳이 정부가 종합 대책을 발표하지 않아도 시장은 받아들이게 된다. 주택에 투자했을 때의 수익은 단기에 실현되지 않는다. 주택은 거래비용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거래를 자주할 수 없다. 미래의 수익을 예상하고 투자하는데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투자하기는 어렵다.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잡혔어야 할 집값이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참여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의미이다.
8.31대책 이후 나는 많은 토론에 나갔다. 8.31대책은 부족하지만 정부가 추가 대책을 발표해서라도 집값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이 효과를 가지기 위해서는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8.31대책이 부족했음을 인식하는 순간 다시 추가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시장의 기대 심리를 억제하기 위해 8.31대책은 최후의 대책임을 강조했다. 그러다 보니 다시 집값이 꿈틀거렸을 때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폭락했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경제 정책에 있어 정책 당국의 신뢰를 중시한다. 불행하게도 당시 정책 당국자들 중에는 이 문제에 대해 깊은 이해가 없어 보였다. 오히려 대통령의 발언을 시장이 업신여기도록 하는 내부의 원인이 있었다.
하나는 시장 붕괴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정책 당국자들은 부동산 시장 붕괴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국내에서도 촉발될 것을 두려워했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심각한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대부분의 긴축적 경제 정책을 집행하는데 있어 같은 문제에 봉착한다. 2023년 불필요하게 경제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시장의 비난에도 금리 인상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미국 연준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연준은 연준에 대한 신뢰를 가장 중요시했고, 목표 인플레이션을 달성하기까지는 다른 부작용은 용인하겠다는 자세를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