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이 생각하는 평온한 세기말에 대하여

백승권
백승권 인증된 계정 · Writer & Copywriter
2023/08/21
Tenet


함께 목숨 걸던 모두가 죽고 홀로 살아남았다. 홀로 살아남는 과정 또한 죽기보다 고통스러웠다. 죽음이 고통의 끝이라면 생존은 죽을 듯한 고통의 연속이었다. 복잡하고 변칙적이며 납득이 불가능했고 받아들여야 할 뿐이었다. 그(존 데이비드 워싱턴)는 생니가 모조리 뽑히는 고통 속에서 배신을 선택하지 않았고 그래서 함께 목숨 걸던 모두와 비슷한 처참한 죽음을 맞았지만 죽지 않았다. 약속된 신념을 어기지 않은 대가로 타인의 의지로 살아남았다. 타인은 타인이 아니었지만 이때는 타인의 의지처럼 보였다. 살아남아 이행해야 할 다음 '전략'들이 많았다. 그는 새로운 미션을 부여받고 새로운 동료들을 만난다. 서로 비밀이 많았고 누가 죽어도 이의가 없는 작전. 그는 시간을 조종하는 힘을 처리해야 했다. 시간은 늘 앞으로 가고 있었지만 새로운 힘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었다. 이를테면 물리적으로 파괴된 벽이 새로운 힘에 의해 되돌려지면, 현재 파괴된 벽에 있던 사람이 이 되돌려지는 과정에서 그 벽의 구조물 속으로 매몰되게 된다. 방사능이 멸망시킨 땅에서 방사능으로 살아남은 사토르(케네스 브래너)는 이 힘을 통해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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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writer. Author. 『저항 금기 해방-여성영화에 대하여』, 『너의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어』, 『도로시 사전』, 『광고회사를 떠나며』, 『저녁이 없는 삶』 등을 썼다.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sk027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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