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와 피아노 #6 디지털 건반은 얼마나 가볍거나 무거우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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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인증된 계정 ·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2023/12/07
@ ESC 숲사이
디지털 피아노를 고려하거나 선택할 때, 무의식적으로나 무조건반사적으로 드는 생각은, 과연 "진짜"(즉, 어쿠스틱) 피아노 대비 얼마나 차이가 날까 하는 의문이다. 아무래도 가격이나 생김새나 작동 원리, 그 어느 모로 보나 분명 어쿠스틱만 못할 텐데, 제조사는 어지간한 저가 모델이 아닌 한, 저마다 어쿠스틱 피아노 중에서도 업라이트도 아니고 그랜드에 가깝도록 만들었다고 광고한다.

이러한 유사점이나 차이점은 여러 각도로 파헤쳐 볼 수 있지만, 필자는 과학 연구를 하는 사람이니 과학의 기본인 측정에 기반한 비교부터 해보면 어떨까 싶다. 여기서 "측정"이라고 하니 어렵게 들릴지 몰라도, 아주 단순하고 직관적인 과정이며, 요즘 하도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는 양자 기술을 이야기할 때 거론되는 양자역학의 측정 문제와는 더더욱 거리가 멀기에 안심하고 좀 더 들어보시면 어떨까 한다.

여기서 논할 측정의 기준은 소위 건반 '무게'다. 물론 부속으로서 건반 전체가 나가는 물리적 무게와는 의미가 다소 다른데, 바꾸어 말하면, 건반을 하나씩 누를 때 손이 느끼는 저항감을 일컫는 말이라 해야겠다. 이 무게라는 것부터 다루는 까닭은, 흔히 디지털 피아노가 어쿠스틱보다는 건반이 아무래도 가볍지 않겠냐는 막연한 추정에서부터, 또 어쿠스틱 사이에서도 업라이트와 그랜드 간의 건반 무게를 따지는 화두가 생각보다 자주 도마에 오르기 때문이다. 일단, 어쿠스틱의 경우, 피아노 상태마다 다른 이야기가 되므로, 획일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운데, 구조적 원리에 비추어 본다면, 그랜드 피아노가 더 가벼운 게 정상이지 않을까?

이제 이런 지점까지 오게 되면 피아노를 고르는 문제는 과학에서 추구하는 보편성과는 좀 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내가 다룰 악기가 나한테 얼마나 맞는 상태냐는 게 제일 중요하지, 전반적인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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