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래된 역설, 페미니즘

채희태
채희태 · 낭만백수를 꿈꾸는 교육사회학도
2023/06/14

1. 序: 가부장제와 페미니즘

우리는 페미니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혹시 내가 알고 있는 페미니즘은 페미니즘의 실체가 아닌 그저 편견의 덩어리는 아닐까? 일반적으로 대중들은 페미니즘을 남성과 동등해지려는 여성들에 관한 것이라고만 생각한다. 그래서 페미니즘을 반(反) 남성주의로 여기는 사람도 부지기수다(훅스, 2017: 16/97)*. 우리가 페미니즘 교육철학에 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페미니즘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은 문명을 통해 환경을 지배해 온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철저하게 문명이 개척한 환경의 지배를 받아왔다. 교육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페미니즘 또한 가부장제라고 하는 지극히 인위적인 환경 속에서 배태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유발 하라리(Yoval Noah Harari)는 가부장제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인위성을 생물학적 사실과는 무관한 근거 없는 신화일 뿐이라고 지적했다(하라리, 2015: 104/276).

가부장 사회는 농업이 시작되면서 등장했다고 보는 견해가 유력하다(곽노필, 2020). 그리고 먼저 농경을 제안한 것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농경은 남성이 담당했던 사냥보다는 여성이 담당했던 식물 채집의 정보가 축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약 19만 년 동안 모계사회를 이끌었던 여성은 어느 날 사냥을 떠나는 남성에게 사냥이 아닌 농경을 ‘명(命)’했을 수도 있다. 아마 인류가 맞이한 최초의 역설은 농경일지도 모른다. 유발 하라리는 농경을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농경이 시작되자 인류의 종족 생존에 필요한 여성과 남성의 기여도가 역전되었다. 다산은 여전히 중요했지만, 농사를 지을 노동력과 애써 수확한 농작물을 지킬 수 있는 전투력을 가진 남성을 낳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이른바 가부장제가 시작된 것이다. 가부장이라는 권력을 손에 쥔 남성들은 이제 그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모든 지배계급이 그래 왔듯, 생물학적 사실과 무관한 가부장제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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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백수를 꿈꾸는 프리랜서 콘텐츠, 정책 기획자, 사회 현상의 본질을 넘어 그 이면에 주목하고 싶은 兩是論者. <백수가 과로에 시달리는 이유> 저자. ZDNET 코리아에 칼럼 "IT는 포스트노멀 시대의 나침반이 될 수 있을까" 연재. 공주대학교 평생교육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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