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은 채식주의자] 동물의 아픔을 가르칠 수 있는 용기

지우 · 초등교사
2023/06/13
  작년의 일이다. 책 한 권을 여러 번 들었다 놓았다 했다. 제목은 <내 이름은 푸른 점>이었다. 이 책으로 수업을 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밀고 나갈 자신이 없었다.  이 책은 아기 돼지가 공장식 축사 안에서 겪는 어려움과 고통이 어린이 수준으로 순화되어 제시된 동화다. 주인공인 아기 돼지가 어미와 빠른 이별을 하고 꼬리를 잘리는 것이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진실과 매우 흡사한 이 동화를 읽어주었을 때 후폭풍이 일지는 않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잔인한 장면으로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했다거나 성장기 학생들에게 고기를 먹지 말라고 강요했다는 등의 민원이 절로 상상되었다. 보호자들과의 신뢰가 형성된 2학기 이후에야 나는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다. 다행히 별다른 문제 제기는 없었다.
동화책 <내 이름은 푸른 점>의 한 장면

책을 읽어준 후의 학생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아이들은 금세 숙연해졌다. 열 살짜리 아이들답게 돼지에게 느끼는 연민이 컸다. 푹신한 짚 대신 왜 좁디좁은 축사를 사용하는 건지, 꼬리는 왜 마취 없이 자르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물론 돈 때문이었다. 이를 들은 아이들은 “인간이 제일 나쁘다.”, “어떻게 돈이 더 중요할 수 있지?”등의 말을 하며 슬픈, 때로는 분노에 찬 얼굴을 했다.

학생의 어떤 한 마디는 교실 속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나 이제부터 고기 안 먹어.”라는 말이다. 이 말은 내가 가장 기다려왔으면서도 동시에 가장 듣기 무서운 말이었다. 채식이 인간과 동물 모두를 위한 최고의 선택이라는 걸 믿는 나는 학생들 역시도 채식을 하기를 바라왔다. 그럼에도 학생의 채식 선언이 두려웠던 이유는 가정에서의 강성 민원이 제기될 수 었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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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지향 5년차 초등교사입니다. 읽고 쓰고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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