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밈

김경수
김경수 · 시각문화 연구자
2022/02/16
5포 세대, 88만원 세대, 이대남, 영포티, 소확행...
우리는 텅 빈 단어의 홍수 속에서 산다.

느낌적인 느낌에 막 휩쓸리다가 정신을 차릴 즈음에는 트렌드가 바뀌어 있다. 이러한 단어로는 트렌드에 부합하는 뻔한 이야기나, 뜬구름을 잡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언론에서 생산해내는 신조어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밈이 우리 삶을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밈, 이야기 소비에서 밈 소비로
밈은 모방하다mimene라는 희랍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도킨스가 유전자gene와 라임을 맞추려고 밈meme으로 철자를 바꾸어 써서 만들어낸 신조어이다. 그는 인간이 이기적인 유전자를 퍼뜨리는 유전자 기계이듯이, 문화도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기계라 가정하고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들인 종교와 유행 등을 밈이라 지칭했다. 도킨스의 눈에 밈은 문화가 자신을 유지하는 수단일 뿐이다. 그의 논의를 계승한 수전 블랙모어는 이를 문화 전반의 흐름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사용했다. 이는 밈 이미지 자체를 설명하기에는 큰 범주를 아우른다. 어느샌가 밈이 인터넷에 무작위로 퍼지는 이미지들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쓰이기 시작했고, 이 밈 개념은 인터넷 밈을 설명하기에는 초점이 어긋난 개념이 되었다. 설명이 길었다. 밈을 느낌적인 느낌으로 남기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봐주길 바란다.

아무튼, 밈은 소비자가 곧 생산자인 2차 창작을 전제로 하는 소비이다.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발견되어서, 원본의 맥락을 상실한 뒤에 SNS에 퍼져나가고 그 뒤에야 대중들에게 보편성을 인정 받는다.  밈은 그 안의 내용이 텅 비어 있기에 어디서나 쓰일 수 있고, 어디에나 퍼질 수 있다. 사딸라나 어쩔티비, 내가 고자라니를 신념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밈의 반대편에는 "이야기 소비"가 있다. 일본의 서브컬처 비평가인 오츠카 에이지가 정의한 개념으로, 특정한 콘텐츠의 팬이 해당 콘텐츠의 이야기를 덕질(소비)하고, 그 콘텐츠에 과몰입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소비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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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 연구자/영화비평가/상황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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