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말, 난파된 정치 ① | 우리가 바이든을 날리면 안 되는 이유

최재영
최재영 · 정치의 한복판에서 철학하기
2023/01/09
봄바람 휘바이든

2022년 9월 22일, MBC는 뉴스 한 꼭지를 보도합니다. 미국 순방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촬영한 영상이었습니다. 영상은 현재 616만이라는 조회수를 올리고 있습니다. 'MBCNEWS' 유튜브 채널에서 전체 14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순위권에 오른 대부분의 영상이 게시된 지 몇 년 된 영상인 점을 감안하면, 불과 3개월 된 동영상 치고는 꽤나 폭발적인 반응입니다.

윤 대통령은 동행하던 사람들에게 뭐라 말했을까요? MBC뉴스 제작진은 이렇게 들은 듯합니다.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때마침 직전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설을 마친 뒤였습니다. 저개발국의 질병 치료를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글로벌펀드'에 미국이 10억 달러를 먼저 기부하고, 의회의 승인을 받아 60억 달러를 더 기여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백악관 공식 미국 대통령 발언 속기록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늘 이 뉴스]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2022.09.22./MBC뉴스 갈무리)

MBC뉴스의 보도를 기반으로, 윤 대통령의 말을 정황에 맞게 그리고 무례하지 않게 다시 풀어보면 이런 말일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몇십 억을 기부하겠다고 저렇게 호언장담해도, 미국 대통령제에서는 의회가 승인 안 해주면 그렇게 못할 텐데. 그럼 거짓말한 꼴이 돼 부끄럽겠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요지와 미국 대통령제를 정확히 이해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친 표현이 문제였습니다. 외신의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도전문채널 폭스 뉴스(Fox News)에서는 MBC뉴스와 대동소이하게 윤 대통령의 발언을 보도했습니다. "새끼들"을 "f---ers"로, "쪽팔려서"를 "lose damn face"라고 옮긴 겁니다. 2022년 기준, Fox 뉴스는 20년 연속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최대 뉴스 채널이었습니다. 같은 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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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정치철학을 공부했습니다. 이제는 의회에서 밥벌이하며 공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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