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고 견뎌서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 <파친코>
2022/05/09
대선 결과가 나오고 나서도 두 달이 지나서, 이제 내일이면 윤석열 시대가 시작된다. 지난 두 달 동안에 뉴스를 보기도 힘든 시간과 기사만 봐도 저절로 욕이 치밀어 오르던 일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위안이 되던 것 중에 하나가 드라마 <파친코>를 보는 일이었다.
이 드라마의 시즌1 총 8편은 마치 윤석열 당선 이후 좌절과 분노에 빠진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해서처럼 대선 직후 시작돼 윤석열 취임 직전에 끝났다. 몇 개의 시간대와 몇 개의 도시들(부산, 오사카, 도쿄)을 오가며 4세대에 걸친 이야기를 끝없이 교차시키는 이 드라마는 역사의 대서사시라고 부를만 하다.
이 작품은 또 영화나 드라마가 ‘편집의 예술’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감독도 스스로 인정했듯이 명백히 영화 <대부2>의 형식을 따라서 각 세대의 기억과 이야기들을 정교하게 교차해서 편집하고 이어붙인 화면들은 어느 순간 그 자체로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차별과 혐오에 시달리면서도 견뎌내고 이겨낸 소수자들의 이야기다. 민족적, 젠더적, 계급적 차별과 혐오에 상처받는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소수인종, 노동자들이 드라마의 주역들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원작자인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은 지난해 연말에 사망한 저명한 교차성 페미니스트인 벨 훅스의 제자였다. 이민진은 벨 훅스의 책을 읽고 수업을 들으면서 커다란 각성을 하게 됐다고 돌아 본 적이 있다.
“나는 백인도 흑인도 아니지만 훅스의 책을 통해 내 몸에 역사적 다수가 있음을 알게 됐다”, “내 마음 속에서 누군가가 문과 창문을 열고 지붕을 올린 것과 같았다”, “모든 사람에게 이론이 필요하고 물처럼 이론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기 시작했다.”
실제로 드라마는 다양한 억압과 차별이 서로 ...
이윤보다 사람이 목적이 되는 다른 세상을 꿈꾸며 함께 배우고 토론하고 행동하길 원하는 사람입니다. <다른세상을향한연대>라는 작은 모임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쓴 첫 책에도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1685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