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장관과 데모크리토스

노경호
노경호 · 연구자
2022/11/01
지난 9월 20일 윤석열 대통령의 UN총회 연설에서, 마치 취임식 연설 때처럼 자유가 여러 번 강조되는 것을 두고 정의당 출신 전 국회의원 김종대 씨가 "윤석열 대통령이 이데아를 지향하는 플라톤주의자"라는 평가와 이를 설명하는 글을 본인의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그의 주된 논거는 플라톤이 추상적이고 단일한 진리와 본질을 내세우며 구체적인 인간과 인간사의 다양성을 무시한 것처럼, 윤 대통령의 연설 역시 현실의 인간을 무시하면서, 구체적인 진단과 대안을 제시하는 대신 추상적이고 모호한 구호에 가까운 자유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위험'해 보인다는 것이다.
https://www.facebook.com/jdkim.justice/posts/pfbid02W7YBPzUkhRAf3Ym1Jg892rEBrek5nLcLxXy2hmeiQdtBpvqXSC3iU9dzNKv8MtF9l (김종대 씨 페이스북 해당글)

1. 문제가 많은 플라톤의 이데아론
사실 플라톤의 이데아론의 기본 아이디어는 단순하지만, 그만큼 비판에도 취약하다. 존재론적으로 따지면 대체 이데아와 같은 것('such a thing as Ideas')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각 개는 푸들이거나, 포메라니안이거나, 슈나우저이거나....'라는 명제는 참인데, 만약 '개의 이데아가 개, 그것도 가장 완전한 의미에서 개'라면 이 ''완전한 개'는 (앞의 명제에 따라) 푸들이냐, 포메냐, 닥스훈트냐' 하는 얼핏 우습지만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반대논변이 즉각 제시 가능하다. 이외에도 수없이 많은 철학적 비판이 긴 철학사 곳곳에서 가해져왔지만, 무엇보다 플라톤의 악명을 드높인 것은 그런 이데아론과 병행하는 윤리적, 정치적 주장이다. 그러한 특이한 존재자인 이데아를 알 수 있는 것은 특별한 재능을 타고나 선발되어 각고의 훈련과 지적 교육을 받은 소수의 철학자들 뿐이다. 그리고 플라톤은 그런 사람들이 국가의 통치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민주정의 근본적인 전제, 즉 모든 사람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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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고대철학과 정치철학을 공부합니다; 번역: <정치철학사>(공역, 도서출판길, 2021), <자유주의 이전의 민주주의>(후마니타스, 2023); 신문 <뉴스토마토> 시론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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