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진 · 사회심리학 이론을 덕질하고 있습니다.
2023/01/31
전자제품 판매 회사의 기술부서나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원이라면 "그냥 안 돼요" 반응을 3콜 중에서 1콜 정도씩은 꼭 듣게 됩니다. 저로서도 남 일 같지는 않습니다. 출장수리 기사들과 문의·접수 상담원들에 대한 인사평가를 하기 위해서 그들의 고객상담 녹취 파일을 듣는 게 일상이었거든요. 그 회사에서 이직한 후, 지금의 저는 아예 고객사들의 CS품질 컨설팅을 하는 게 주 업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콜센터 이야기에 대해서 저도 감히 한 마디 좀 얹어보려고 합니다.

사실 요즘 세상에 상담원을 찾는 것은 의외로 고단한 일입니다. 본문에서는 무조건 상담원만 찾는 것을 '유아적' 이라고 하셨습니다만 실제로 사람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다이얼 패드에 '1#24510111...' 이 줄이어 띄워지는 고통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숫자열 뒤의 111... 은 "계속 기다리시려면 1번을 눌러주세요" 소리가 몇 번 반복되느냐에 따라서 길어질 수 있습니다.) 분야에 따라서는 여기에 자기 주민번호나 휴대폰 전화번호까지 입력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까지 고객은 음량조절 안 된 ARS의 날카로운 기계음성과 정체 모를 로고송이 끝없이 고막을 두들기는 것을 버텨내야 합니다. 진지하게, 이건 정말 굉장한 '의지' 를 필요로 합니다.

"몰라요, 그냥 안 돼요". 뭐 사실 당연한 말입니다. 모르니까 그 쉬운 것 하나도 자기 손으로 해결을 못 해서 구태여 그 기나긴 고통을 감수하고까지 상담원을 찾았을 겁니다. 이런 고객과 연결된 상담원은 알고리즘적인 상황판단을 시작합니다. A가 안 된다고? 아 그럼 웬만하면 B 아니면 C가 문제일 텐데. 어느 쪽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D는 확인해 봤냐고 물어볼까? ...뭐라고? B도 C도 건드린 적 없다고? ...뭐? 설명은 못 하겠는데 아무튼 A가 지금 뭔가 안 되고 있으니까 무조건 와서 봐 달라고? 차라리 사진이건 영상이건 다 찍어서 보내줄 테니까 내 휴대폰 번호라도 내놓으라고? 인공지능이라면 의사결정나무 알고리즘을 따라가며 휘파람을 불다가 이 대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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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한 어느 아이디에서 활동이 가장 많습니다. 향후 타 플랫폼으로 이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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