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나약함은 우리 탓이 아니다
2024/04/16
요즘 애들은 패기가 없고 비리비리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부정하기 힘들다. 앞 세대는 지금보다 위험하고 궁핍한 시대를 맨 몸으로 돌파했다. 잘살아 보겠다는 일념으로 수도권의 공장, 중동의 건설 현장, 베트남의 전쟁터에 뛰어들었다. 그에 비해, 요즘 세대는 따뜻한 사무실에서 잔소리 좀 들으면 바로 사표를 던져 버린다.
요즘 세대는 정말 나약한지도 모른다. 설령 그렇다고 해서, 요즘 세대가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요즘 세대가 나약한 데에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는 진보를 체감하는 시대였다.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면, 앞 세대는 어린 시절에 70년대하면 떠오르는 전원주택에서 많은 형제, 어른과 부대끼며 살았다. 그러다가 수도권으로 올라와서 일자리를 얻고, 20층, 30층까지 올라가는 새 아파트로 이사해서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가정을 꾸렸다. 앞 세대가 보는 세상은 분명 더 나아지는 곳이었다.
지금은 퇴보를 체감하는 시대다. 요즘 세대는 부모님과 아파트에서 살다가 집안 사정 탓에 낡은 빌라로 이사하거나,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교나 직장에 다니기 위해 낡은 원룸, 고시원에 혼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운 좋은 소수를 제외하면,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가정을 꾸리는 엄청난 사치를 누릴 수 없다.
대학만 나오면 삶을 즐길 수 있다는 약속을 믿고 열심히 공부하더라도, 요즘 세대 대부분은 휴일도 보장받기 힘든 중소기업에 취직해야 한다. 앞 세대와 비교했을 때 취직하는 데에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을 쏟지만, 그 결실은 조부모 세대가 먹던 밥처럼 영양가가 별로 없다.
사람은 마음 깊숙한 곳에서 자신이 들이는 노력과 예상되는 결과물을 비교하며 움직이기 마련이다.¹ 이기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아무 때나 의도적으로 노력을 쏟기 어렵다는 뜻이다.
우리 뇌는 에너지를 철저하게 관리한다. 만약 긍정적인 보상을 예상하지 못하거나 주변에 위험 요소가 많다고 느끼면, 뇌는 에너지를 지출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침대에서 일어나서 공부에 집중하거나 진취적으로 기회를...
지식인이 되지 못한 지식중개상입니다.
사회연대를 연구하는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자입니다.
분별 없는 개인화와 각자도생 정신에 맞섭니다.
@유영진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부모세대가 너무 노력하는 바람에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애들 어쩌고 하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녀도 그 요즘 애들처럼 똑같이 나약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 자녀들이 잘 풀리지 않으니까 조금이라도 더 힘내서 뒷바라지를 하겠다며 퇴직을 늦춰 가면서까지 몸을 던져 일하지요. 자녀가 회사에서 벌어오는 이백몇십 만원 푼돈보다야 퇴직 늦춘 부모가 벌어오는 오백몇십 만원이 훨씬 이득이 되니까요. 어쩌면, 결과적으로는 그 부모 때문에 다른 집 '요즘 애들' 은 더더욱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그 집의 부모들도 더욱 힘내서 늘그막까지 일하느라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요즘 애들 얘기 나올 때마다 이런 시나리오가 자꾸만 떠오릅니다.
@유영진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부모세대가 너무 노력하는 바람에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애들 어쩌고 하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녀도 그 요즘 애들처럼 똑같이 나약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 자녀들이 잘 풀리지 않으니까 조금이라도 더 힘내서 뒷바라지를 하겠다며 퇴직을 늦춰 가면서까지 몸을 던져 일하지요. 자녀가 회사에서 벌어오는 이백몇십 만원 푼돈보다야 퇴직 늦춘 부모가 벌어오는 오백몇십 만원이 훨씬 이득이 되니까요. 어쩌면, 결과적으로는 그 부모 때문에 다른 집 '요즘 애들' 은 더더욱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그 집의 부모들도 더욱 힘내서 늘그막까지 일하느라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요즘 애들 얘기 나올 때마다 이런 시나리오가 자꾸만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