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생님은 채식주의자] 배추흰나비가 준 선물

지우 · 초등교사
2023/05/16
 교실 창문을 열고 배추흰나비 한 마리를 날려 보냈다. 나비가 흰 날개를 펼치고 뒷산을 향해 높게 날아오르는 모양이 아름다웠다. 학생들은 손을 흔들며 나비의 안녕을 기원했다. 그들은 흰 나비만 보면 ‘우리 반의 그 나비였을까?’ 궁금해하며 애정 어린 눈빛을 보냈다.
교실에서 기른 배추흰나비
 배추흰나비는 한살이를 관찰하기 적합한 동물이다. 옥수수 모양의 알이 금세 애벌레로, 번데기로, 그리고 나비로 변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4월의 3학년 교실에서는 배추흰나비를 키운다. 아이들은 매일 아침 등교하자마자 알과 애벌레부터 확인했다. 오늘은 얼마나 컸을지 궁금해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운이 아주 좋은 학생만이 나비가 번데기를 뚫고 나오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나비의 날개가 다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비가 망사 속을 날아다니기 시작하면 보내줄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방충망을 열자 나비는 금세 날아올랐다. 잘 가라고 소리치는 가운데 몇 아이들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생태 감수성을 갖추는 일은 초등학교 생태교육의 목적이다. 생태 감수성 함양은 생태교육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생태 감수성이란 자연세계에 대한 공감적 정서를 바탕으로, 자연 세계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민감하게 지각하고, 자신의 삶과 자연의 연결성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태 시민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초등교육에서 함양한 생태 감수성을 바탕으로 중등 교육과정에서 논리력 및 문제해결력을 보강해가야 한다. 배추흰나비를 기르고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나는 아이들이 생태 감수성을 기를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나의 기대와는 달리 생태 감수성은 한 번의 경험으로 저절로 길러지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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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지향 5년차 초등교사입니다. 읽고 쓰고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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