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짧은 머리가 좋습니다.

산성비
산성비 · 세상에 굳어진 차별을 녹이다.
2023/05/27
어쩌면 우리는 평생을 ‘두발규정’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과거와 비교하면 많이 개선됐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조금 나아진 정도이다. 짧은 머리를 한 여성들은 여전히 주변의 시선과 손가락질, 크게는 사회 전체가 가하는 폭력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우리는 머리카락을 자르는 일에도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 나 또한 그러했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러나 현재는 숏컷으로 지낸 지 햇수로 4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덧붙여서, 숏컷으로 자른 것에 대해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숏컷을 망설이고 있는 당신에게 나의 이야기를 바치고 싶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단발만 고집했던 내가 숏컷으로 자르게 된 계기는 매우 충동적이었다. 자르고 난 후에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고 말했지만, 자르기 전에는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다. 왜냐하면 선천적으로 꼬불거리는 곱슬머리와 엄청난 양의 머리숱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됐기 때문이다. 잘못하면 평생을 폭탄 머리로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쓸데없는 걱정에 폭탄을 던져주고 싶을 정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의 나는 폭탄 머리가 아닐뿐더러, 꼬불거리는 곱슬머리와 많은 양의 머리숱을 가졌음에도 숏컷으로 잘 살아가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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