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파견 나간 고등학생의 죽음, 외면했던 진실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05/17
▲ 다음 소희 포스터 ⓒ 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
손가락이 절단되어 병원에 오래 입원한 일이 있다. 접합수술을 받고 피부이식 수술 후 접합된 부위가 안정화되기를 기다리는 지난한 과정이 근 네 달이 됐다. 나는 병원 병실에 홀로 누운 채 처음 얼마는 고통을, 다음 얼마는 불안을, 마지막 얼마는 지루함을 견뎠다.
 
그 병실에 있던 넉 달 간, 많은 이들이 들고 나갔다. 손가락이나 발가락, 팔과 다리가 잘린 이들이 찾는 병원엔 환자가 끊이질 않았다. 나와 같은 교통사고 환자와 공장에서 다친 이들이 거의 대부분을 이루었다.
 
신기한 건 나이가 꽤나 어린 환자도 적잖이 있었다는 점이다. 차를 몰기엔 어려보이는 이 아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건 그들이 실업계 고등학교, 요샛말로 하자면 마이스터 고등학교 등 특성화 학교 학생들이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왜 신체가 잘려 병원에 왔을까. 조금씩 그들의 사연을 듣게 되면서 나는 이 나라가 기댈 곳 없는 이들을 너무나도 쉽게 사지로 몰고 있음을, 또 그 위험을 감당하는 노동을 너무나 함부로 대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거듭되는 아까운 죽음들에 대하여
▲ 다음 소희 스틸컷 ⓒ 트윈플러스파트너스(주)

2021년 10월, 여수의 한 요트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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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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