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을 두고 나무를 길러 파는 일, 임업의 가치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1/05
▲ 영화 <우드잡> 포스터 ⓒ (주)엔케이컨텐츠
임업은 특별한 산업이다. 어제 만들어 오늘 팔고 내일 다시 새로 만드는 일이 흔한 다른 산업군과 달리, 임업은 상당한 시차를 두고 산업을 꾸려가게 마련이다. 투자와 생산부터 판매를 통해 수익창출에 이르는 한 순환을 가리켜 학계에선 소득순환구조라 부른다.

이에 따르면 제조업은 며칠부터 몇 달, 농업은 수개월에서 1년까지가 필요한 게 보통이다. 비교적 순환주기가 긴 축산업은 수년까지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종 개량 및 호르몬 주사 등을 놓는 방법으로 비육에 필요한 시간을 크게 단축하는 것도 가능하다.
 
임업은 순환주기의 측면에서 위 산업들과 근본적으로 구분된다. 파종하고, 묘목을 심어 나무가 목재로 쓸 수 있을 만큼 자라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들기 때문이다. 아주 짧게는 5년, 길게는 10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기다려서야 나무가 목재로 태어나게 된다. 생산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는 일은 제가 팔 목재를 위해서가 아닐 때도 많다. 말하자면 임업은 전 세대에게 받은 것을 잘라 팔고, 이후 세대에게 줄 것을 심고 가꾸는 일이 되겠다.

임업을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

<우드잡>은 임업에 대한 영화다. 가히 임업이라는 산업이 그 주인공이 되었다 해도 좋을 만큼 이례적 조명을 받는다. 임업은 그 특성상 도시로부터 소외된 산간벽지에서 이뤄지고 젊은이들에게 각광받는 직업도 아니어서 매체가 주목하는 경우가 흔치는 않다.

그러나 명성 높은 감독 야구치 시노부가 임업을 배경으로 한 편의 경쾌한 작품을 찍어내니 임업이라는 가깝지만 낯선 산업의 진가를 대중에 알리게 된 것이다. 특히 건설부터 가구, 소소한 소비재에 이르기까지 임업을 통해 생산된 나무제품의 활용률이 높은 일본이 임업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한눈에 내보이는 작품이다.

영화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입에 실패한 어느 청춘의 이야기다. 이렇다 할 꿈도, 할 수 있는 일도 없는 히라노 유키(소메타니 소타 분)는 어느 날 우연히 한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376
팔로워 192
팔로잉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