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편지 53] 한강의 개운한 봄맞이
2024/03/28
#자연의 슬픔과 기쁨
샛강숲에서 그리스신화 속 테베의 왕비 니오베를 떠올렸습니다. 니오베는 자신의 오만 탓에 14명의 자식을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화살에 모두 잃는 슬픔을 겪는 엄마입니다.
지난 편지에서 올해 첫 청둥오리 가족이 샛강에 탄생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네 마리 아가들이 무탈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기원도 보탰어요. 그러나 채 며칠도 지나지 않은 지난 토요일, 새끼들을 키우던 물가에서 혼자 울며 자식들을 부르는 어미 청둥오리를 보았습니다. 천진난만하고 하룻강아지 같았던 네 마리 아기 오리들은 더 이상 엄마오리 곁에 없었습니다.
새끼들을 돌보고 키우는 기쁨을 며칠 누려보지도 못한 어미 청둥의 마음을 생각하니 심란하고 슬펐습니다. 자연이 하는 일은 어쩔 수 없지만 용의자로 여겨지는 고양이나 까치들이 원망스럽기도 했어요. 고양이나 까치만이 아니라 왜가리일 수도 있고 또 족제비일수도 있으니 어느 동물을 특정해서 원망할 수야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태공원에서 나날이 개체수가 늘어나는 고양이와 까치는 대책이 필요합니다. 특히 고양이는 야생의 새들을 공격하기도 하니까요. 먹기 위해서도 하고 사냥 본능 때문에 하기도 합니다. 생명다양성이 필요한 생태공원에서의 길고양이들은 그래서 딜레마입니다.
올해 처음 열린 샛강 운영위원회에서도 이 문제를 토론했습니다. 많은 분들의 지혜를 모으고 공감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여의못 앞 수달광장에서 샛강만민공동회 같은 것을 열어서 시민들과 토론을 해볼까 합니다.
청둥엄마의 처지 때문...
강의 생태를 가꾸고 강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서 일합니다. 읽고 쓰는 삶을 살며,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숲을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