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장막을 걷어, 그 너머로

남함페
남함페 인증된 계정 · 페미니즘, 성평등, 남성성
2023/06/05
10화 <연애의 장막을 걷어, 그 너머로> by 연웅
벌거 벗은 남자들 : 새로 쓰는 남성 섹슈얼리티

• 이 프로젝트는 기존 남성 섹슈얼리티의 재탕이 아니라, 새로 쓰는 남성 섹슈얼리티다.
• 편견과 왜곡, 위계와 대상화로 가득한 남성 섹슈얼리티의 실체를 고발하고 비판해야 한다.
• 그 자리를 더 나은 질문과 고민을 통과한 남성 섹슈얼리티의 탐구로 채워야 한다.
• 그러기 위해서는 남성의 내부고발, 실제적인 경험,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 이 글에는 인터넷 용어 또는 혐오 표현을 직접 인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차별과 혐오의 재생산이 아닌 비판에 그 목적이 있으며, 가급적 사용을 지양하려 노력하였음을 미리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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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어느 날, 어떤 연애는 그렇게 끝이 났다.

나는 저무는 연애 앞에서 무엇도 하지 못한 채 가장 초라하고 몹쓸 사람이 돼 있을 뿐이었다. 연애가 내게 남긴 감상은 늘 ‘너무 어렵다'는 것에서 시작했다. 연애란, 정답지는 당연히 없을 뿐더러, 한 사람의 성숙이 그 관계의 성숙을 보장하지 않는 극한의 팀플이었다. 성숙한 한 사람이 나였을 때도 상대방이었을 때도 혹은 둘 다라고 믿었을 때도, 팀플의 난이도는 낮아지지 않았다. 연애의 끝에선 늘 실패만 돋보일 뿐이었다.

연애는 늘 맑은 거울처럼 나를 비췄다. 평소에 보이지 않던 뾰루지와 생채기가 왜 이렇게 눈에 띄는 걸까. 거울 앞에선 자꾸 지난 상처에 손이 가곤 한다. 만지다 덧날 걸 알면서도 그런다. 상처 위에 뽀로로밴드를 붙여도 상처는 티가 나기 마련이다.

때로 연애는 내가 알고 싶지 않던, 보고 싶지 않던 내 모습들을 자꾸 무대 위에 올려 놓는다. 무대가 익숙한 사람도 아닌데, 기획부터 연출에 연기까지 꼼꼼히 재고 있다. 어떤 대사는 날 간지럽게 하고, 어떤 배역은 내 깊숙한 심연을 자꾸 건드린다. 시나리오는 내 몫이 아니라 손 댈 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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